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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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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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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김훈종 SBS 라디오PD가 고전을 풀어 쓴 <논어로 여는 아침> 중 <중용을 지키는 삶>을 소개한다. 글자수 90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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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지(皇龍寺址)에서 삼십 분 정도 가볍게 걸으면, 교촌마을이 나타난다. 교촌마을은 내물왕릉(奈勿王陵), 월정교(月精橋), 향교(鄕校) 등등 볼거리로 가득한데, 그중 압권은 단연 경주 최부자댁 고택이다. 최부자댁은 재산의 규모도 규모려니와 일제강점기 내내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부자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 가문이다. 발길을 재촉해 고택을 이곳저곳 누비다 보면, 한편으로는 쌀을 쌓아놓았던 창고의 크기에 압도당하고, 동시에 위엄 있게 뻗은 처마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건축물의 기품보다 황홀한 것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그 집 가훈이다.

경주 최부자댁 전경[사진제공=경주시]

경주 최부자댁 전경[사진제공=경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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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과거는 보되, 진사(進士) 이상의 벼슬은 하지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萬石) 이상 늘리지 마라.

셋째,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에는 논밭을 사들이지 마라.

다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

여섯째, 며느리가 시집오면, 삼 년간 무명옷을 입혀라.


부자 삼 대 가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최부자댁은 무려 열 세대에 걸쳐 가문의 부를 굳건하게 유지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가보다도 백 년이나 오랫동안 가문의 위세를 지켜낸 것이다. '최부자댁 육훈(六訓)'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는 준엄한 명령이 드러나 있다.

흉년에는 굶주린 서민들이 헐값에 전답을 내놓을 것이니, 전답을 사들이는 행동은 곧 백성의 고혈을 빠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고 엄격히 금지한 것이다. 당대 최고의 부잣집에 시집온 며느리들이니, 그 마음이 얼마나 들떴을까. 그런 며느리들에게도 어려운 이웃들의 고충을 알게 하려고 일부러 비단옷을 금한 것이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소박하지만 약자를 배려하고 자신을 돌아보려는 깊은 뜻이 아로새겨진 가훈(家訓)이자 가훈(佳訓)이다.


-김훈종, <논어로 여는 아침>, 한빛비즈,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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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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