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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신중년 남자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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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신중년 남자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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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는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다. 먹는 것은 그 중 기본이다. 음식이 줄 수 있는 행복, 안락함, 안전, 즐거움을 고려했을 때, 사실 삼시세끼를 챙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싶다. 아침을 차려먹고 나면 점심을 뭘 먹을지 고민하고, 점심 먹은 후에는 저녁 생각을 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먹느냐가 우리의 하루를 구성한다. 이를 잘 담아낸 ‘삼시세끼’란 TV프로그램이 있다. 시골에서 이서진이란 신중년 배우가 후배와 짝을 이뤄 자급자족하는 유기농 라이프를 담았는데, 종일 끼니 해결을 위해 분주하다. 이들이 식재료를 구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잘’ 먹기 위해 매일 얼마나 수고로움이 드는지 알 수 있다. 시청률은 점점 높아져서 농촌에 머물던 출연진은 산촌, 어촌, 해외까지 공간을 확장했고, 신중년 남성 배우들의 활약으로 여성 배우들과 동물까지 초대되는 시리즈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차승원 배우는 제한된 식재료 안에서 상당한 수준의 요리를 만들어내서 ‘요리하는 신중년’의 대표 주자가 되어 각종 먹거리 브랜드 광고 모델도 하고 있다.


‘요리’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는 “동물은 사료를 먹고, 인간은 음식을 먹는다”라며 식탁 위에 올라오는 요리와 그 식재료들은 각자의 세계사를 갖고 있다고까지 소개한다. 유명 요리사들이 추앙받고, 국가공인자격증 취득 인기 순위 최상위에는 항상 한식, 양식, 일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었다. 국비지원 요리과정에 가보면, 중년 남성들로 붐빈다.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퇴직 후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하거나 재취업을 위해 참가한다고 한다. 일을 위해 하는 경우, 군대 취사병 기억을 살려 단체 급식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취업을 위해 시작하거나, 자영업을 해볼 요량으로 배운다. ‘손맛’보다 자로 잰듯한 조리과정과 정확한 계량에 흥미를 보이며 진지한 얼굴로 요리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도 조리 분야에는, 몸이 고되어 중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신중년들이 해볼만한 일자리가 제법 있다고 한다. 물론 취미용으로 자신의 생존이나 가족들을 먹이고 싶어서 배우기도 한다.

은퇴 남편의 주방 적응기로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라는 박승준 작가의 책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인 그는 30년 가까이 주방일을 담당한 아내를 대신해 ‘제일 맛있는 밥’을 짓겠다고 나섰다. ‘은퇴’ 후 시도한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부엌’이라는 낯선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주방을 지키는 주부(主婦, 廚夫)의 마음을 점차 알아가지만 여전히 서툰 은퇴 남편의 주방 적응기를 들려준다. 5060세대는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나뉘어져 있던 터라 보통의 남편이라면 집안일에 서툴다. 아내나 엄마가 여행가서 밥을 먹으면 ‘남이 차려준 밥이 제일 맛있어’라고 말하는 이유도 잘 모른다. ‘밥상’을 받기만 하던 입장에서 ‘집밥’은 정성이고 안락하고 행복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솔직했다. 요즘 아내가 외식하자고 하면 즐겁다고 고백한다. 요리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더라도 수만번 밥을 차리다보면, 물릴 때가 있다. 왜 실버타운으로 가는지를 묻는 조사에서 60대 초반 시니어 부부가 늘어나는 것은, 균형잡힌 영양섭취 기회를 마련하고, 주방일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이유가 크다고 한다.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바쁜 현대 사회는 집안팎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먼저, 배달이 가능한 식재료의 종류나 시간대 폭이 넓어졌다.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을 넘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1인가구 증가가 불을 붙였다. 그 중에서도 밀키트의 경우, 젊은 층의 유행을 넘어 시니어 세대를 사로잡았다. 조리과정이 일부 포함된 것이 오히려 호감 요인이 되었다. 자녀들로 인해 첫 체험을 하게 된 밀키트는, 가장 번거로운 재료 준비는 생략하면서도 요리하는 즐거움은 남기고, 조리 과정 중 가족 구성원의 취향에 따라 재료를 추가하거나 뺄 수 있어서 빠르게 시니어들과 친숙해졌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 세대가 단골로 다니던 혹은 추억이 있는 전통 있는 오래된 식당들이 대거 간편식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인지도가 높은 유명 쉐프들도 레시피를 공개하며 밀키트 상품을 개발하고 있어서 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편의점 도시락과 건조분말형 간편식부터 친숙해진 일본과 닮은 듯 다른 트렌드다.


요리하는 신중년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건강 식단’에 관심이 높지만, 음식의 본질은 맛이 아닐까? 우리네 입맛은 천차만별인데, 시니어 건강 식단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맞춤형 식단’은 아직 맛도 제한적이고 가격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꾸준히 먹기가 어렵다. 실버타운에 입소 후에도 식사 문제로 분쟁이 생기는 것을 보면, 라면을 끓여먹더라도 ‘집밥’이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 문득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타난 음식 묘사들을 떠올리면 입맛이 다셔진다. 가족이 요리에 참여하는 경우, 그 음식은 모두 우리의 기억과 추억, 문화와 닿는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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