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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한국판 'SPY'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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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아시아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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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유명한 단어 중 하나다. ‘SPDR S&P500 트러스트’라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티커(심볼)가 SPY다. SPY는 미국 자산 운용사인 SSGA에서 만들었는데, S&P 500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과 손실을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덱스 펀드다. 레버리지나 곱버스처럼 등락 폭의 몇 배씩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보다 평범하다는 뜻이다.


SPY는 지난달 29일 서른 살 생일을 맞았다. 초 단위로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고, 투자 트렌드에 따라 상품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자본시장에서 평범한 SPY가 30년을 견딘 것이다. 그냥 견딘 정도가 아니다. 왕좌에서 출시 30주년 기념일을 보냈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676억 달러로 전 세계 ETF 중 가장 많은 자산을 굴리는 상품’, ‘미국 ETF 시장의 대표 선수’ 등의 수식어로, SPY의 생일을 축하했다.

SPY의 성장사는 미국 ETF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ETF 태동기였던 1990년대 초 미국 자산 시장의 2%에 불과했던 ETF는 고유의 강점을 무기로 덩치를 점차 불렸다. ETF는 일반 펀드보다 한참 낮은 보수(SPY는 0.095%)를 비용으로 내지만, 일반 펀드처럼 매니저가 운용하는 간접 투자 상품이다. 직접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환매에 수일이 소요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원할 때마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직접 투자 위주였던 투자자들의 투자 풍토도 ‘장기 간접 투자’로 점차 바뀌게 됐다.


특히 미국의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인 ‘401k’가 ETF 성장의 큰 축이 됐다. 이 제도는 투자자의 별다른 전략 없이도 처음 설정해 놓은 투자 성향에 따라 연금 자산을 운용해주는 제도다. 401k는 연 8%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연금 100만장자’를 배출하는 등 노후자산의 첨병으로 떠올랐고, 이 여파로 401k의 주요 상품인 ETF의 그릇도 커졌다. 미 경제 통신 블룸버그는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 한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며 ETF 시장이 전체 펀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미국 ETF 시장의 성장은 우리 자본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ETF 시장은 2002년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끄는 배재규 대표가 전 직장인 삼성자산운용에서 2002년 ‘KODEX200’을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출시 20주년을 맞았지만, 펀드시장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지난 2일 기준 KODEX200의 시가총액은 5조6000억원 정도다. 같은 기간 ETF 전체 시장의 규모는 88조원이며, 투자 일임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체 펀드 규모는 341조원으로 추산된다.

고무적인 것은 유동성이 빠진 지난해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판 401k(디폴트 옵션)의 가입이 본격 시작됐다는 점에서, 성장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금 선진국과 같이 ‘연금 부자’를 만들어 보겠다며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


다만 아직 당국은 디폴트 옵션을 통한 ETF 투자를 허용할지 고민 중이다. 업계에서는 장기 간접 투자를 통한 건전한 투자 문화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10년 뒤 ‘한국판 SPY’의 30주년을 축하할 날이 온다면, 우리도 ETF 성장에 따른 투자 풍토 변화를 논할 수 있을까. 답은 정부에게 달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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