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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맞수]‘MZ 리더’ 네이버 최수연 VS ‘크루 맏형’ 카카오 홍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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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리더십' 최수연, 조직 문화 쇄신 특명
'관리형 CEO' 홍은택, 내부 안정화·신사업 과제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2009년 2월 네이버 전신 NHN 홍보실의 최수연 사원(당시 27세)은 홍은택 NHN 미디어&편집그룹장(당시 45세)을 찾아갔다. 최 사원은 "회사 원로에게 마무리 인사를 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 왔다"며 퇴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회사 평사원과 그룹장이었던 두 사람은 13년 만에 경쟁사 CEO로 다시 만났다. 네이버와 카카오 를 이끄는 두 대표는 회사처럼 다르다. 최 대표가 경직된 조직에 역동성을 불어넣어야 한다면 홍 대표는 변화무쌍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세대만큼이나 서로 같고도 다른 면면을 살펴봤다.


‘리더십 세대교체’ 최수연…벤처 DNA 되살린다

최 대표는 이과와 문과를 오갔다. 서울대에서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 전공했다. 졸업 후 NHN을 다니다 4년 만에 퇴사하고 변호사가 됐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 로스쿨을 거쳤다.

경력도 절반은 네이버, 절반은 법무법인 율촌에서 쌓았다. 첫 공채 출신 대표지만 조직 안팎을 오간 절반 외부인인 셈이다. 율촌에선 인수합병(M&A)과 기업법 분야를 담당했다. 그러다 돌연 대형 로펌을 관두고 전 직장으로 돌아갔다. 최 대표는 사내 간담회에서 "검색 서비스를 하던 벤처회사가 10여년 만에 신사업으로 무장해 해외로 나가는 테크기업으로 변신해 놀랐다"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회사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선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맡았다. 이때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옆에서 해외 투자 사업 역량을 검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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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재입사 4년 만인 지난해 CEO에 발탁됐다. 41세로 119명의 리더 중 '최연소 여성'이었다.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깜짝 등판은 아니었다. 2019년 네이버가 창사 20주년을 맞아 다음 리더십을 고민할 때 최 대표를 유력 후보군으로 점찍었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홍보실 평사원으로 같이 일하던 시절부터 눈여겨봤고 최 대표를 영입했다.


네이버가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자질을 갖춘 선장이 필요했다. 훌쩍 커버린 기업에 역동성을 불어넣으면서도 결속을 다져야 했다. 이 GIO는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과감하게 개척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균형 감각도 요구했다. 최 대표는 이런 조건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회사 안팎에서 넓힌 스펙트럼, 글로벌 감각, M&A 경험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리더로 세대교체가 가능했다.


최 대표는 취임 후 첫 M&A로 북미 1위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택했다. 인수가가 1조6000억원에 달해 네이버는 물론 국내 IT 업계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딜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도 과감하게 추진했다. 이 GIO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최 대표에게 줬다. 최 대표는 글로벌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이 새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최 대표는 소통하는 CEO로 통한다. 대표 내정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100일간 직원 400여명을 만나 얘기를 들은 것이다. 취임 후 대표님이 아닌 "수연님이라 불러달라"며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OT)에 불쑥 나타나 "첫발을 내딛는 점에서 여러분과 같은 동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귀찮게 느낄 만큼 자주 소통하겠다"고 약속한 대로다. 조직이나 제도를 바꿀 때도 소통부터 한다. 재택이나 출근 중 근무 형태를 고를 수 있는 '커넥티드 워크' 도입도 그랬다.


당면 과제는 기업가치 회복이다. 네이버 주가는 취임 전보다 40% 떨어졌다. 경기 불황에 포시마크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포시마크가 적자인 상황이라 당장 네이버 수익성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다. 기존 캐시카우인 광고 사업도 부진하다. 시장의 불안감을 씻으려면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최 대표가 내세운 비전은 '글로벌 3.0'이다. 해외에서 개별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걸 넘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5년 안에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연 매출 15조원을 돌파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 네이버 전체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억명, 연간 매출(추정치)은 8조원이다.


‘관리형 CEO’ 홍은택…조직 안정화 과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16년간 유력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당시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민완 기자였다.


40대 중반 IT 업계에 발을 들였다. 기자 출신 최휘영 전 NHN 대표가 여러 번 설득한 끝에 NHN 네이버 아키텍처 책임자(NAO)로 자리를 옮겼다. 포털 뉴스 개편이나 블로그, 카페 등 미디어·커뮤니티 서비스 전략을 맡아 언론과 포털의 상생에 기여하고자 했다. 콘텐츠 서비스 경험은 카카오로 이어졌다.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영입 제안을 받고 새 직장에 들어갔다. 이후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메이커스, 카카오커머스를 이끌었다.


카카오 공동체의 원로 역할도 했다. 주요 경영진 중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홍 대표는 경영지원과 사회공헌을 총괄하면서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 센터장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구심점 없이 계열사 독립경영에 맡기는 과거 리더십 모델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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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안에서도 중심을 잡을 사람 역할이 필요했다. 남궁훈 전 대표가 위기를 홀로 수습하기에는 벅찬 상황이었다. 그간 역할이 서비스나 사업에 치우쳐 있었고 건강상 문제도 있었다. 이에 카카오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홍 대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맡았다. 그는 취임 직후 SNS에 "그간 업계 노장으로 젊은 분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왔다"며 "창의적이고 유연한 남궁훈 대표가 강점을 잘 발휘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로 남궁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홍 대표 단독 체제가 됐다.


홍 대표는 공부하는 CEO로 통한다. 별명이 '서점'일 정도로 독서광이다. 각종 문서나 기사를 하나하나 살핀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카카오커머스를 이끌 때 격주로 스타트업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브라운 백 미팅'을 가졌다. 샌드위치처럼 간단한 점심 식사를 곁들인 가벼운 토론 모임을 말한다. 보통 이런 음식들이 갈색종이 봉투에 들어 있어 브라운 백 미팅이라고 한다. 사적으로는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토론 모임에 나간다. 토요일 오전 8시에 열리고 꾸준히 활동해야 멤버가 될 수 있는 모임이다.


홍 대표는 꼼꼼한 관리형 리더십으로 카카오 먹통 사태를 수습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다음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위원장을 맡았다. 나흘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사태 원인을 소명했다. "카카오가 많은 비판을 받은 것도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책무에 소홀한 점이 없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보상안은 40일 만에 도출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때 보상 마무리까지 1년 넘게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결정이다. 이로써 79일 만에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했다.


그러나 남은 과제들이 더 많다. 일단 남궁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신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비전은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메타버스 사업 시작점인 '오픈링크'는 아직 서비스도 나오지 않았다. 남궁 전 대표 사퇴 후 리더십 재편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만큼 사업 쪽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야 한다. 이를 위해 홍 대표는 연초부터 서비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 농구, 요가 등 운동을 즐기지만 일이 많아지면서 기존 취미 대신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어수선한 조직을 다스리는 것도 숙제다. 그간 잦은 리더십 교체와 조직 변화로 내부 피로도가 높다. 이에 대한 소통 부족으로 불만도 크다. 최근에는 재택근무 중단을 선언하면서 쌓인 내홍이 터져 나왔다. 카카오 노조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의 대화와 리더십 재정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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