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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정책 공급망'도 붕괴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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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가 됐다. 세계화라는 타이틀은 공급 병목 현상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분업화 시대의 종말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높은 원자재 수입 의존의 무역 구조를 좀처럼 탈피하지 못하는 한국 경제는 공급망 쇼크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국가를 기업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 정책의 공급망도 붕괴 직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책을 완제품으로 치면 전체 공급 사슬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장 취약한 고리는 단연 정치권이다. 정부가 고안한 정책은 국회에만 가면 본질을 잃고 정쟁 도구가 된다.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주소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출범한 집권여당과 행정부는 수적 열위에 놓여 있을 뿐더러 상황을 뒤집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 보인다. 당 대표 리스크를 짊어진 거대야당은 책임은 뒷짐 진 채 입법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행사하는 느낌이다. 최근 만난 전직 경제부처 차관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정책의 정치화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이 정책에 개입하는 범위와 강도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당정 협의는 더 이상 보고와 논의가 아닌 국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돼 버렸다. 특히 입법부의 권한과 권력이 비대해진 데 반해 책임의 의무가 없어 문제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개탄한다. 반대로 책임만 남은 행정부는 무력감을 느낀다.


정치권이 엇박자를 내는 게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심각성을 읽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96.3%는 현재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중장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열에 넷은 ‘진영 논리를 벗어난 상생정치의 실현’을 지적했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 저성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와 신용 평가사 피치(1.9%) 등 해외 기관의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는 것은 물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마저 1.7%까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내달 하순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하는 정부 역시 기존 전망치(2.5%)에서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반기가 지났지만 정책 면에서 국회와의 협치 결과물이 없다. 첫 예산안은 처리 시한을 넘길 공산이 커 보이고 종부세·법인세·소득세 인하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은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공전 중이다. 재정준칙 법제화도 하세월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판타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회장은 ‘정치’라면 몸서리치면서도 정치권력 앞에 별수 없이 엎드린다. 그를 보고 있자면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던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어록이 떠오른다. 이게 벌써 1995년의 이야기다. 2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일류 기업을 배출했지만 정치와 행정은 과연 어떤 급인지 자문해본다. 그러면서 “권한이 주어지면 그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지는 것”이라는 야당 대표의 발언을 곱씹어본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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