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 죽음에 … 전쟁 끝내야” 러 군인 어머니들 호소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로 종전·철군 요구하는 청원 시작
푸틴-참전 군인 어머니 만남은 불만 잠재우려는 임시방편이라고 비판

러시아 징집병들이 27일(현지시간) 중남부 옴스크의 한 열차역에서 러시아군 주둔지로 출발하는 열차에 오르기 전 승강장을 따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장병들의 어머니들이 종전과 철군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전에 동원되거나 징병된 군인들의 어머니들은 여성의 날인 27일(현지시간)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를 통해 러시아 상원 사회정책위원회와 하원 가족·여성·아동위원회에 우크라이나 철군과 군인들의 귀가를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청원에는 여성 반전운동단체 '페미니스트 반전저항'(FAR)이 함께 참여했으며 지금까지 4000여명이 서명했다.

청원서에서 이들은 "파괴와 고통, 피, 눈물을 동반한 '특별군사작전'이 9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최소 31만8000명이 (동원령으로) 소집됐다"면서 "많은 지역에서 동원군 가족들은 자비로 방탄복을 비롯한 모든 것을 구매하면서 남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징집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양자를 잃은 가족들의 생계 부담은 그러잖아도 벅찬 어머니들의 어깨에 또 다른 짐을 지우고 있고, 많은 생존 남성들은 건강과 노동력을 잃어버렸다"며 "정부는 말로만 지원과 보조금을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형제, 남편, 아버지가 참전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조속한 종전과 가까운 친지들의 귀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참전 군인 어머니 17명을 모스크바 서부 외곽에 있는 관저 '노보-오가료보'로 초대했다. 이 모임은 전쟁에 동원된 러시아 예비군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비판 속 푸틴 대통령이 남편과 자녀를 군에 보낸 러시아 여성들을 위로하고 치하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하지만 이 모임이 장기화한 전쟁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일각에서는 모임이 연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러시아 군인 가족들의 반전 운동 단체 '어머니와 아내 위원회'는 자기 단체 소속 가족 중에 이 모임에 초대된 가족은 없었고, "초대된 어머니들도 사전에 조율된 '올바른' 질문만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