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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기준에, 통과해도 말썽"…잡음 커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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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해석에 혁신금융 지정사가 오히려 불리

통과돼도 사기, 기술탈취 의혹 등 사건도

"모호한 기준에, 통과해도 말썽"…잡음 커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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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부애리 기자, 심나영 기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했다가 오히려 사업을 접게 생겼습니다.”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사업을 펼치고 있는 황승익 한국NFC 대표의 한탄이다.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정 기준도, 탈락 사유도 불분명한 '깜깜이'식인데다 지정한 이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업계에서 퍼지고 있다.

모호한 기준에 기업들만 난감

한국NFC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 개인 판매자도 온라인상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사업자의 신용카드 거래’ 사업으로 2019년 5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중고거래나 푸드트럭, 노점, 과외교습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면 소상공인 창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NFC가 이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고사 위기에 처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규제 특례 사업자들은 한도액, 실거래 확인 서류 제출, 신분증 통장 사본 제출 등 금융위가 내건 각종 부가 조건을 충족하는 제약 안에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와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플랫폼들은 물론 군소 PG(전자지급결제) 대리점들은 "비(非)사업자도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며 어떠한 의무사항 없이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황 대표는 “각종 자문을 받고 금융위에서 요구한 10여개 부가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비용을 들인 게 오히려 바보 같은 선택이 돼버렸다”라며 “무분별한 경쟁 탓에, 정식 절차를 밟은 한국NFC는 오히려 사업성이 떨어져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내세우는 근거도 있다. 국세청이 2018년 개정한 ‘전자상거래 고시’에 따르면 결제대행업체는 결제대행 계약을 체결하는 판매자와 계약할 때 '불량가맹점 경력, 사업자 등록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사업자등록이 의무라고 밝히지 않은 만큼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 판매자 카드 결제 허용은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친 사안”이라며 “비사업자 개인의 신용카드 거래를 명백하게 금지하는 조항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없고, 이미 여러 오픈마켓이 같은 방식으로 신용카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국의 모호한 판단과 관리 때문에 오히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만 불이익을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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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 기술탈취 의혹…통과해도 허점

리스크와 사업 타당성 검토 부분에서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인정한 사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수년째 각종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팝펀딩'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홈쇼핑·온라인쇼핑 판매자의 재고 등을 평가해 자금을 대출해주는 P2P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투자 사기·횡령 이슈가 불거졌고 피해액만 1378억원에 달했다.


팝펀딩은 금융위가 2019년 3월 지정대리인 업체로 선정하면서 혁신금융이라고 인정해줬던 회사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팝펀딩의 파주 물류창고를 찾아 "동산금융 혁신 사례"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기술분쟁으로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다. 비씨카드는 'QR코드를 활용한 개인 간 간편 송금 서비스'로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았는데, 스타트업 팍스모네가 비씨카드의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후 비씨카드는 현재 팍스모네 기술과 관련이 없는 형태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기준이나 과정 등을 좀 더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처음에는 혁신이 있어 보였는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사들 위주로 서비스를 지원해주다 보니 혁신이 사라졌다"며 "금융위가 내부적으로만 평가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변수와 문제들이 나온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의견을 받는 공론화 작업이나 공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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