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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의 ‘검찰 스타일’ …對은행 공세 높인다

최종수정 2022.08.12 13:00 기사입력 2022.08.12 13:00

달라진 금감원, 중간검사 내용도 '디테일'하게 공표
검찰출신 이복현의 입김…금감원이 주도하는 여론
'법조칼'까지 다듬는 금감원…은행들 '방어권' 고심

2020년 9월 1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현 금융감독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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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검사 출신인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원의 업무방식이 ‘검찰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주요 이슈마다 입단속을 하는 등 폐쇄적이었던 금감원이 중간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며 여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거세진 대(對)은행 공세에 금융사들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벌이고 있는 ‘징계처분 취소소송’의 2심 패소 판결에 대해 상고하겠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관련 보도자료에는 5페이지에 걸쳐 상고이유, 제재 정당성, 제도개선 방향, 내부통제 법규 등이 담겼다. 이전에 이뤄졌던 손 회장과의 1·2심 판결뿐 아니라 비슷한 사건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의 1심 판결문을 비교 분석한 내용까지 담았다.

달라진 금감원, 중간검사 내용도 '디테일'하게 공표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이 정도로 자세하게 상고내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금감원은 민간금융사와의 소송전이 불거졌을 때 짧은 입장만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고를 결정할 때도 주로 상고 여부만을 자료로 내왔다.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법원결정의 해석이나 판례 분석은 거의 공개하지 않아 왔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자료배포 이후 이뤄진 질의응답에서도 달라진 기조가 감지됐다. 이날 질의응답은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이 직접 진행했다. 일반은행검사국장과 법무실장 등 담당 부서장도 동석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재임하고 있던 지난해 9월 17일 동일사건의 상고를 결정하면서 공보국장이 혼자서 질문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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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달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고, 27일 신한·우리은행 이상 외환송금 논란에 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틀 연속으로 이준수 부원장이 직접 상세한 내막을 공개했다. 횡령사고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700억원에 육박하고 1년간 무단결근을 했음에도 우리은행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황당한 내용도 알려졌다. 질의응답에서 추가 답변이 요구되면 동석한 부서장들이 일어나 직접 기자들에게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검사 중인 사안을 중간에 공개하는 일은 더 드물다. 검사결과에 따라 제재가 이뤄지는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는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제재수위가 결정되고 징계대상자에게 내용이 통보된 이후에도 비공개 되기 일쑤였다. 자세한 검사내용과 제재결과를 알려면 제재안 최종의결 후 수개월 뒤 나오는 공시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검찰출신 이복현의 입김…금감원이 주도하기 시작한 여론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는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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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달라진 소통방식에 대해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을 투명하게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원장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원장은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담당검사나 공보역할을 맡은 검사가 언론에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주목도가 높은 사안도 수사기간이 길어지면 국민적 관심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찰이 유리한 방향으로 수사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여론을 살피거나 검찰 지휘부의 지지를 탄탄하게 다질 수도 있다.


내부에서는 이복현 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금감원의 제재 중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안들도 있다.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 금감원으로서는 검사와 제재 내용을 공개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사건을 수사 중일 때도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함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이 아니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업무방식이라는 대내외 평가가 이뤄지는 이유다.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달라진 소통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과정에서 불분명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관련 부서에서 진위를 확인해야 하는 등 업무 손실이 컸다"면서 "주요 내용이 상세히 공개되는 건 직원으로서도 좋게 바뀌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법조칼날'까지 다듬는 금감원에…'방어권' 고심 깊은 금융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에서 금융권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관련 현장방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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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융권에서는 달라진 금감원의 업무방식에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논리에 맞춰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응방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동등한 지위에 있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관계와 달리 금감원은 금융사의 검사·감독당국이다. 재판이 끝나도 금감원의 검사를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금융사로서는 공개적으로 항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중간결과 발표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미 국민들은 금융사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이상 외환송금 사태는 아직 누가 어떻게 돈을 주고받았는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걸 공개하길래 당혹스러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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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금감원은 자체적인 ‘법조역량’을 가다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5~6개의 호화로펌을 고용하는 금융권과 달리 금감원은 보통 1~2개의 로펌을 고용하는 데 그쳐 내부에서는 재판만 가면 항상 열세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최근 ‘법률고문 및 소송업무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금감원장의 승인을 통해 소송대리인의 보수를 늘릴 수 있게 했다.


전일 기자회견에서 금감원이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한 것을 두고 ‘법률대응역량을 높일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준수 부원장은 "제재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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