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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외줄타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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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연 미래에셋증권 갤러리아WM 상무.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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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최근 여자 축구 붐을 일으킨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피디가 하차하고 방송사는 시청자들의 비난에 사과를 해야 했다. 웃고 떠드는 예능에서 재미를 위해 축구 경기에서 골이 들어간 순서를 편집했다가 네티즌들에게 들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방송사는 공식 ‘풋살 경기 감독관’까지 참관하게 하는 등 공명정대함에 한치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겠다고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다.


예전처럼 짜고 치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대는 끝났다. 생생한 현실이 녹아 있는 리얼리티쇼가 대중에게 사랑 받는 세상이다.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네티즌들에게 발각돼 뭇매를 맞는다.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지식과 정보가 위에서 일방적으로 흐르던 시대에서 서로 빠르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인터넷 환경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우리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빠른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져 스마트한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고, 서로 소통하며 우리 것으로 만든다. 이후 다시 전세계에 날 것으로 내보내며 관심을 받는다. 그 결과는 대단하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 창작 영상물은 물론 ‘범 내려온다’ 같은 국악까지. BTS처럼 K팝 선봉장으로 알려지지는 않아도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 공연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폴 메카트니경의 전속 사진사도 한국인이다. 탄천변에서 중심을 잡아 돌을 쌓는 아저씨도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에 알려져 중동 왕세자의 초청을 받는 밸런싱 아티스트로 공연하고 있다. 징기즈칸의 몽고인들이 누구보다 빠른 말타기에 익숙해져 전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빠른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우리는 세계 문화를 정복하고 있다.


이같은 인터넷 문화는 이번 대선에서 미래 국가의 비전을 높이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인터넷은 오히려 사람들을 양측 진영으로 가르고 네거티브에 악용돼 서로에게 흠집과 상처만 냈다.


선거는 1% 미만의 차이로 끝났다. 이 심오한 균형감은 승자에게 묘한 긴장감을 선물한다. 순간적인 오만이나 실수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긴장감이다.


능력이 있다면 나는 한 장의 정치 만평을 그리고 싶다. 당선인은 장대에 균형을 의지해 외줄타기로 절벽을 건너고 있다. 긴 장대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국민들이 매달려 있고, 젊은 남녀가 갈라져 있다. 그의 바지 가랑이를 잡는 사람, 그의 등에 오르려는 사람, 목에 매달려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한 발만 잘못 짚어도 모두가 낭떠러지로 함께 떨어진다. 외줄 아래 낭떠러지에는 다시 올라설 수 있는 낮은 진흙탕도 있지만 양극화라는 가시 구덩이도 있다. 힘의 논리가 가득한 강대국의 방사능 불구덩이도 도사리고 있다.


제발 그 특유의 뚝심으로 한 발 한 발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건너주길 바란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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