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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필의 북 칼럼] 좌충우돌 물리학자의 파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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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는 엄격한 물리학 세계와는 다르다.

[최경필의 북 칼럼] 좌충우돌 물리학자의 파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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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락방에 대한 기억은 내 가슴 속에 있는 파리다. 조금만 걸어가면 생 미셸 거리가 있고 소르본대학이 있고, 센강이 있고, 식물원이 있었다”


물리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20대 당시 유학 생활을 했던 프랑스 파리의 경험을 담담하게 기억해내며 가벼운 에세이를 펴냈다. 물리학자가 펴낸 에세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해졌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살이는 엄격한 물리학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라고. 이상하고 자유로운 물리학자 이기진의 좌충우돌 파리 대모험 속에는 어떤 물리학의 이치가 보였을까. 일반 여행자가 보지 못한 그 도시의 특별한 체험이 이 수필 속에 있다.


삶에서 꼭 자신을 물리학자라고 규정짓는 게 중요한 일일까? 인간은 꼭 한 공간에서만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걸까? 저자 이기진은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물리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란 시간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와 즐거운 에피소드를 펼쳐놓는다.


와인, 낭만, 여유… 그리고 추억! 20대 후반, 우연히 파리 다락방에 머무른 저자는 그때의 한숨이 지금의 심호흡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젊은 시절의 한 페이지를 최선을 다해 건너온 저자가 세상을 더욱 재밌게 살기 위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해나가기 위해 보냈던 날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은 시간의 뭉텅이다.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와 개성 있는 색깔의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저자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기억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우리의 세계 역시 지금, 이 시간을 멋지게 하는 기억들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에 관한 연구를 하는 물리학자.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과연 물리학을 제대로 연구하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자유롭고 이상한 물리학자, 취미는 그림 그리기, 요리하기, 이상하고 귀중한 옛날 물건 컬렉션하기. 물리학자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부캐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은 공간 좌표의 축을 한순간에 이동하는 수학 법칙처럼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아르메니아, 일본, 이탈리아, 파리를 여행하며 행복했던 시간의 뭉텅이를 모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친구 제랄과 수영장에서 늦은 시간까지 와인을 마시며 놀았던 기억, 사랑하는 딸과 비를 맞으며 파리의 골목길을 함께 걸었던 순간, 바닷가 파라솔에서 평화로운 사람들의 풍경을 보며 맥주를 기울였던 시간.


그의 시간 속에서는 물리학자라는 정체성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충만감이 가득하다. 그의 기억 속을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함께 충만감에 물들어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낭만과 로맨스가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법은 일과 휴식을 분명하게 나누고 자신만의 여유를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


북 칼럼니스트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최경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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