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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2mm로 썰고, 달지도 짜지도 않게"…관저 요리사 향한 갑질 여전

최종수정 2021.10.22 10:38 기사입력 2021.10.2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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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 부인 "저녁 반찬, 아이디어 내 보라"
공식 업무 외 일상식까지 수시로 요리사에 지시
"열악한 계약 조건으로 피해 지속적으로 발생"

자료 사진. 해외 주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등에서 일하는 관저요리사에 대한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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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해외 주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등에서 일하는 관저 요리사에 대한 갑질이 줄지 않고 있다. 외교부 업무 지침상 관저 요리사는 공식 행사 외의 음식 조리 업무를 못 하게 되어 있으나, 일부 공관에서는 요리사가 공관장과 그 가족들의 일상식 조리 업무까지 떠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는 열악한 계약 구조, 재외공관이라는 특수한 근무환경 탓에 갑질을 당하더라도 이를 알리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 총영사관에서 관저 요리사로 일한 A씨는 공식 행사 외 총영사와 그의 가족이 먹을 평소 식사까지 요리하라는 지시를 수시로 받았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녹취에서 총영사의 부인은 "저녁 반찬, 아이디어 좀 내 보라", "브로콜리를 데쳤나? 데치지 말고 쪄달라. 익어도 안 되고, 안 익어도 안 되고", "물만두 점심에 할 수 있게끔…개인적으로 생강 씹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등 A씨에게 일상식을 만들라고 하면서 자신의 음식 취향을 이야기하는 등 까다로운 요구를 한다.


A씨는 "예를 들어 감자를 2mm로 썰어서 부서지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게 (등의 요구를 했다)"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식 행사가 없어져 버렸는데 밥을 해주고 있으니 가사도우미로 고용된 것 같고, 그런 자괴감이 매일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총영사 측은 요리사와 협의해서 일상식을 하기로 했던 것이며, 이런 업무를 되도록 휴게시간에 하도록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청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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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요리사가 겪은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1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관저 요리사 B씨는 지난 1년 동안 총영사 부인 조모씨에게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렸다. 또 근무 시간이 아닌 주말에 김치 담그는 일을 하고 수당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조씨는 B씨에게 "정리 정돈도 못 하고 물건 사는 것도 제대로 못 한다", "셰프만 보면 울렁거린다" 등 모욕을 주는가 하면, "계약기간이 1년이니 쫓아낼 수 없다. 개인 레스토랑 같으면 사장이 쫓아내지 않겠어? 기분이 나쁘면?"이라며 인사 문제를 거론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갑질을 방지하고자, 외교부는 지난 2017년 '관저 요리사 운영지침'을 개정해 일상식 조리를 공식 업무에서 삭제했다. 다만, 사정에 따라 공관장과 요리사가 합의했을 경우, 급여 외 별도의 보수를 받고 일상식을 제공할 수는 있다. 운영 지침상으론 요리사가 일상식 업무를 원하지 않으면 거부해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 채용 공고에 따르면, 관저 요리사 직무는 대부분 1년 단위 연장 방식으로 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을'의 위치에 놓인 요리사들이 공관장이나 공관장 가족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관저 요리사의 열악한 계약 구조, 재외공관이라는 특수한 근무환경 탓에 갑질을 당하더라도 이를 알리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조영훈 노무사(노무법인 오늘)는 "외교부 업무 지침에 일상식을 만들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별도의 지시가 있고 이에 대해 근로자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라며 "특히 관저 요리사들의 계약 조건이 열악한 점은 쉽게 갑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운영지침이 적절한 것인지 전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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