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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밥 잘 먹고 있어" 코로나로 '귀성 포기'한 비건들, 추석상 어떻게 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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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장인 2명 중 1명 '귀성 포기'
고향 못 간 비건인 A씨 "'고기 좀 먹으라'는 잔소리 안 들어서 좋아"
애호박전 등 간단히 차린 식사로 부모님에 안부 전하기도
전문가 "채식으로도 영양소 충분..첨가물 든 정크푸드는 경계해야"

추석을 맞아 C씨가 간단히 차린 식사. 튀김옷을 입혀 구운 모듬전(좌)과 비건 미트로 만든 불고기(우)./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추석을 맞아 C씨가 간단히 차린 식사. 튀김옷을 입혀 구운 모듬전(좌)과 비건 미트로 만든 불고기(우)./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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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고향 못 가도 괜찮아요. 어차피 튀김도 못 먹거든요."


대구에서 태어나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20대 직장인 A씨(부산 남구)는 올 추석 귀성길을 포기했다.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밖에 하지 못해서다. A씨는 "부모님은 이미 백신 2차 접종까지 끝내셨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아무래도 걱정된다"며 "연휴가 끝나고 귀성 인파가 줄면 본가로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비단 A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05명을 대상으로 추석 귀성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직장인 2명 중 1명(51.9%)이 '귀성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귀성 포기 이유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65%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A씨는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이 외려 반갑다. 육류 및 유제품 소비를 지양하는 비건(Vegan)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추석 차례상에 먹을 수 있는 게 얼마 없다. 하다못해 고구마 튀김에도 튀김옷에 계란이 들어간다"며 "또 친척집에 가면 '왜 고기를 안 먹냐', '유난이다', '이것 좀 먹어봐라' 하는 잔소리를 들어 피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동안 A씨의 식탁에는 평소와 같은 음식이 오를 예정이다. A씨는 "추석이라고 해서 특별히 무언가를 챙겨 먹을 생각은 없다. 평소처럼 먹으려 한다"고 밝혔다.

B씨가 평소 즐겨 먹는 비건 탕수육(좌)과 검은콩 파스타. 사진=B씨 제공.

B씨가 평소 즐겨 먹는 비건 탕수육(좌)과 검은콩 파스타. 사진=B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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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B씨(26)도 같은 생각이다. 락토 오보(Lacto-Ovo)를 하고 있는 그는 "이번 추석엔 요즘 빠져 있는 비건 탕수육을 먹을 예정이다. 평소 먹던 대로 잘 챙겨 먹기만 해도 즐거운 추석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락토 오보는 육류는 지양하되 계란과 유제품을 허용하는 식단을 말한다.


B씨의 식탁에는 간소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요리가 오른다. B씨는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대단한 요리를 해 먹지는 못하지만 간단한 요리와 비건 간편식을 즐겨 먹는다"며 "아침은 간단하게 그래놀라와 그릭요거트, 샐러드를 먹고 점심은 밥, 빵, 면 같은 탄수화물을 주로 먹는다. 저녁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최근엔 떡볶이, 짜장밥, 파스타, 양배추전, 비건 라면 등을 먹었다"고 알렸다.


반면 자신을 '정크비건(Junk-Vegan)'이라 소개하는 직장인 C씨(서울 서대문구)는 이번 추석에 솜씨를 발휘할 계획이다. '본가에 못 내려오더라도 명절 땐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당부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께서 본가에 못 내려오니 혼자서라도 잘 챙겨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평소에도 밥을 잘 안 먹어서 걱정이 많으셨다"고 전했다. 정크비건이란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냉동식품 등 비건식 정크푸드를 소비하는 비건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어 자신이 차린 추석상을 소개했다. 그는 "간단히 감자튀김과 두부부침, 애호박전을 만들고 비건 불고기를 곁들였다"며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보내며 문자로 '잘 챙겨먹고 있다. 잘했지'하고 물어보니 엄마가 '나보다 예쁘게 잘했네' 하셔서 뿌듯했다"고도 덧붙였다.

C씨가 공개한 어머니와의 메시지 내역. 사진=C씨 제공.

C씨가 공개한 어머니와의 메시지 내역. 사진=C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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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비건 식단으로도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송무호 베지닥터 이사는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영양이 부족했지만 현대에는 영양학적으로 현미밥과 채소, 과일만 먹어도 단백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는 잘못된 미신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먹거리가 풍부한 나라에선 오히려 단백질 과잉으로 생기는 병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건식 정크푸드에 대해선 자제를 당부했다. 송 이사는 "정크푸드는 자연에서 온 음식이 아니라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조리과정에서 각종 조미료, 설탕, 소금,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다. 따라서 가공이 최소화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며 "특히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 현미밥과 같은 제대로 된 탄수화물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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