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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갑자기 "월월월" 개 짖는 소리…층견(犬)소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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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견소음, 전자기기·직접 소음보다 피해 훨씬 커
갈등 격화하면서 폭행, 방화 등 범죄 이어지기도
현행법상 층간소음 규정 안돼…갈등 조정 힘들어
전문가 "반려동물 원활한 공존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

다세대 주택, 아파트 등 공동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해 이웃간 불화가 빚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세대 주택, 아파트 등 공동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해 이웃간 불화가 빚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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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 경기도 부평 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최모(28) 씨는 최근 아랫집 반려동물의 짖는 소리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최 씨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개가 짖어대는 바람에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 걷는 소리나 문소리만 들려도 짖는다"라며 "다른 주민들과 개주인에게 몇 번 항의해 봤지만 막무가내이고, 반려동물 소음은 층간소음으로 인정되지 않아 처벌도 어렵다고 한다. 그럼 우리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내는 소음, 이른바 '층견(犬)소음'을 두고 이웃간 갈등이 불거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이 격화하면서 폭행·방화 등 심각한 범죄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 현행법상 층견소음은 층간소음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갈등 조정·중재가 힘든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층견소음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수년 동안 서울에서만 매년 1000건 이상의 층견소음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소음 민원통계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5년 1377건, 2016년 1505건, 2017년 1300건 이상 등으로 조사됐다.


현행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전자기기에서 나는 소음의 경우 5분 측정 기준 주간 45dB(데시벨), 야간 40dB를 넘으면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소음으로 인정된다.


한편 뛰거나 하는 행동으로 인한 직접 소음은 1분 측정 기준 주간 43dB, 야간 38dB를 넘거나 최대 주간 57dB, 야간 52dB를 넘으면 소음으로 인정된다.

층견소음은 전자기기로 인한 소음이나 직접 소음보다 훨씬 큰 수준의 dB(데시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층견소음은 전자기기로 인한 소음이나 직접 소음보다 훨씬 큰 수준의 dB(데시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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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도 환경국 자료에 따르면 작은 개 짖는 소음은 80dB, 큰 개는 90dB 수준으로 나타났다. 층견소음이 사람에게 유발하는 스트레스 수준은 매우 큰 셈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층견소음은 층간소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층간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데, 해당 법령에서 층간소음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규정,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층견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민사 소송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해배상 인정 판결을 받으려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직접 반려동물 소음을 입증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물리적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렇다 보니 층견소음으로 인해 촉발된 이웃 간 갈등은 폭력 사태로 비화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2017년 10월에는 제주도 한 아파트에서 두 이웃 주민이 층견소음을 이유로 다투다가 쌍방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다음해(2018년) 2월에는 서울 강동구 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 이웃집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불을 지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층견소음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이 폭력, 방화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층견소음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이 폭력, 방화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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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층견소음 갈등을 중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다세대 주택에 거주한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다음날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밤마다 개가 짖어대면 정말 스트레스 쌓인다"며 "층견소음도 당연히 층간소음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B(33) 씨는 "반려견과 떨어지기 싫은 주인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은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최소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지 않나"라며 "주인들이 직접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공동주거공간 내 반려동물 가정과 일반 가정의 공존을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이 늘어나면서 층견소음 갈등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갈등의 원활한 조정을 위해 관련 법 정비나 제정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급선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정부·지자체 등이 공동주거공간 내 반려동물 소음을 줄이기 위한 지침,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이 이미 삶의 일부분이 된 상황에서 단순히 법적 공방만을 통해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선진적인 반려동물 문화를 함양하고, 나아가 반려동물 주인과 다른 일반 가정이 자발적으로 협력·타협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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