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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민낯]“일할 사람 없고 지원은 쥐꼬리, 다시 들어 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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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감면 등 혜택 있지만
비용·리스크 비해 지원 매력 적어
젊은 생산인력 수급 어렵고
대기업 협력사, 독자적 결정 불가
단기 효과 보기 힘들어 기업 외면

[리쇼어링 민낯]“일할 사람 없고 지원은 쥐꼬리, 다시 들어 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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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인건비, 생산인력, 노동법규, 원청업체 공장 위치는 물론 자유무역협정(FTA) 현황까지 기업은 해외 진출 시 최소 수십 개의 사항들을 검토한다. 기업의 해외 진출 이유는 복합적이다. 업종마다 진출 배경도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에 해외에 공장을 둔 기업인들은 단편적인 지원만으로는 선뜻 국내 복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진출 배경이 복합적인 만큼 ‘리쇼어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폭발적 반응 이끌어낼 정도는 돼야"

기업인들은 리쇼어링으로 인한 부담에 비해 유턴 정책의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설비투자금의 6~24%, 입지투자금은 분양가·지가의 9~50%를 지원한다. 국내복귀기업 선정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우선지원 대상일 경우 1명당 월 60만원의 고용보조금도 2년간 지급한다. 이외에도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이 있지만 리쇼어링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리스크 등에 비하면 지원에 큰 매력이 없다는 게 본지가 접촉한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막상 지원된 금액도 크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투자·고용보조금 등 2015년부터 5년간 국내복귀기업 64곳에 지원된 금액은 218억원 규모였다. 일본이 지난해에만 자국 생산공급망 강화를 위해 2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10년 전 베트남에 진출한 전자부품업체 A 대표는 "(정부 지원은) 해외 공장을 처분하고 싶게끔 만들지 못한다"면서 "기업인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은 지원해줘야 과감히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등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도 있었다. 정부는 국내복귀기업에 대해 로봇 보급사업을 5억원 이내로 지원하는 등 공장 스마트화를 돕고 있다. 업력 15년의 전자장비업체 B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지으려면 기본 수백억에서 수천억 단위의 비용이 든다"면서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수준에서나 고려 가능한 선택지"라고 밝혔다. 브라질 등에 해외법인이 있는 반도체업체 C 대표는 "공장 자동화를 하려면 기존 설비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투자비를 감안하면 노후화되지 않은 설비들을 바꾸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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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생산인력 수급도 문제

생산인력 수급 등 비용 외의 걸림돌도 많다. C 대표는 "한국은 대졸자 위주로 신규 채용 고용시장이 구성돼 젊은 생산인력 수급이 어렵다"면서 "특히 중소제조업 현장에선 이미 고령화가 많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42.1세였고, 40세 이상 근로자는 41%였다.


퇴사·이직률도 문제다. 같은 제조업군 내에서도 생산직은 다른 직군에 비해 이직률이 2배 넘게 차이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사무관리직과 판매·마케팅직은 이직률이 7~9%대인 반면 생산직은 17%를 넘었다. 중소·중견 제조업체로 가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진다. C 대표는 "장비산업은 공장을 3교대로 돌려서 처음 온 인력들이 일을 힘들게 느낄 때가 많다"면서 "결국 회사를 금방 나가는 이들이 적지 않아 숙련공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협력사, 독자적 결정 어려워

대기업 협력사들은 독자적인 국내 복귀 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조업 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협력계약이 연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부품 공급의 효율성 등을 위해 대기업의 해외공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실례로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드림텍은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2009년 베트남에 진출하자 2011년 베트남에 1공장을 짓고 지난해 3공장까지 준공했다.

현대차 1차 협력사 D 대표는 "현지 물류 조달과 사후관리(AS)가 필수적인 산업군은 해외공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고객사 공장이 한국에 있으면 국내 복귀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 대표는 "한국에서 공장을 하면 대기업이 요구하는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정책 실효성을 지적했다. 송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거점의 국내 복귀는 리스크가 커 전략적으로 중대한 판단"이라며 "심지어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져 기업 입장에서 단기적 효과를 보기 힘든 리쇼어링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리쇼어링은 사실상 기업들의 관심보다 정부의 관심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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