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147개(2019년 결산 기준) 기업의 등기임원(사내·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이사의 비중은 5.1%로 조사됐다. 전체 등기임원 1086명 가운데 여성 이사가 55명에 그친 것이다. 이들 기업중 여성 이사가 1명 이상인 기업은 46개로 전체의 31.3%였으며, 68.7%에 달하는 101개 기업은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
내년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 이사로만 구성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100여개 기업들은 올해 또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여성 이사를 무조건 새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 속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4대 그룹
4대 그룹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재선임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3년 김은미 현 이화여대 총장을 영입하면서 일찌감치 여성 사외이사 시대를 열었다. 주력하는 분야와의 연관성은 물론 사회적으로 상징성이 큰 인물을 선임했다. 재선임을 앞둔 김 명예교수도 참여정부 때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냈고,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의 경우 첫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이지윤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낙점했다. 이 교수는 한국항공학회 여성 최초 이사로 2019년 국내 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됐다. 현대차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의 방향과 기술 동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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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술경영과 경영혁신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인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기아는 정치학과 과학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인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영입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조건은 사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에 도움이 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데 자문도 구할 수 있을지를 우선 고려한다"고 했다. 대체로 여성 교수나 법조인, 관료 등을 선호하는데 조건에 맞는 전문가 풀이 넓지 않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여성이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도 사외이사를 재선임(6년)까지만 가능하게 한 현행법 때문에 이에 해당되는 경우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구인난이 심해 한 명이 두 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중복해서 맡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 개정과 별개로 꼼꼼하고 합리적인 여성 전문가의 이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서 "주요 기업들이 역량을 갖춘 여성 이사 후보를 찾는데 혈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