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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상 혁신 주도권, 대기업서 창업기업으로 넘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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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아시아초대석] 전영민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

"미래세상 혁신 주도권, 대기업서 창업기업으로 넘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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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간 세상을 바꾸는 주역은 기업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업은 같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주도권은 대기업에서 창업기업으로 넘어갈 겁니다. 기존 대기업은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점점 따라가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판’이 분명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롯데액셀러레이터로 자리를 옮긴 전영민 대표가 새로운 조직에서 느낀 소회다. 엄청나게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창의성을 기존 대기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롯데그룹 인사팀과 롯데인재개발원에서만 30년 가까이 일하며 평생 직원들을 창의적으로 만들 방법을 연구해온 그는 "부임한 지 한 달여 동안 스타트업들의 역동성, 혁신에 깜짝 놀랐다"고 표현했다.

전 대표는 "창의적이라고 칭찬하던 구글도 대기업이 되면서 내부의 창의성이 줄어드니 구글X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역동을 찾으려 했고 결국 외부에서 창의성을 발굴하고 수혈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 대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아 외부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력을 받아야 장기적으로 생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의지로 2016년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 5년간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직접 투자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49개 스타트업에 약 525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아직까진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비즈니스이지만 앞으로 이들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롯데스타트업펀드1호’ ‘롯데-KDB오픈이노베이션펀드’ ‘롯데-프론트원스타트업펀드’ 등 현재까지 조성한 다양한 펀드의 총액은 1247억원. 전 대표는 이를 올해 말까지 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초기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드문 일인데.

▲대기업이 상당 수준 성장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초기단계에 투자하는 건 롯데가 처음이다. 대기업으로서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공동체에 사회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분명히 엄청난 기회를 찾은 것도 사실이다.

인재개발원장으로 일할 때 5년 후의 세상을 내다보고 그에 맞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롯데액셀러레이터)는 10년을 내다보고 행동해야 하는 곳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수십 개의 계열회사라는 인프라가 있다. 각사마다 업종별로 수십 년을 근무하면서 노하우를 보유한 임직원들이 있고 유통은 물론 연구, 생산, 개발, 마케팅과 관련된 인프라도 구비돼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정이 결합하면 진짜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본다.


주로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나?

▲가능하면 롯데와 관련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롯데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제공한다. 일례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하는 커머스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운영하는 미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진행하는 마감 할인을 동네 식당이나 편의점에 적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 매일 버려지는 음식물과 이를 처리하는 막대한 비용을 줄여 이로 인한 사회문제까지 해결하고자 했는데 세븐일레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 협업해 지난해 약 23억원을 절감했고, 올해도 60억원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상을 더 환하게 바꿀 수 있는 기업이라면 투자를 하는 게 원칙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스타트업에는 이유나 국적을 불문하고 투자할 계획이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그걸 다듬고 정교화해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액셀러레이터의 기본 모델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지원할 스타트업을 뽑는 ‘엘캠프(L Camp)’의 경쟁률은 항상 30대 1이 넘는다. 여기에 선발된 것만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의 유효성과 실력을 인증받는 셈이다. 보통 3~6개월의 보육기간을 거쳐서 사업모델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데모데이를 여는데, 롯데 계열회사의 노하우를 접목해 6개월간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셈이니 이쯤되면 추가 투자를 받기가 매우 쉽다.


엘캠프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선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고, 이 같은 추가자금 모집은 물론 사업의 모델을 전환하는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후속 단계에서도 투자를 유도해주고, 또 투자도 한다. 일종의 동문회(알룸나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해외 스타트업으로까지 관심을 확대했는데.

▲최근 베트남에서 창업한 법인 ‘샤크마켓’에 투자하고 벤처캐피털(VC) 법인 신청도 했다. 이것이 통과되면 베트남에서 해외 벤처캐피털 1호가 될 것이다. 창업자가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에서 근무하던 직원이었는데 호찌민에서 e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자금을 투자했고 다음 번 엘캠프 과정에 합류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베트남에 있는 VC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자금을 투자해 두기도 했다. 해당 시장을 눈여겨 보면서 연구하려는 시도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베어로보틱스’에도 투자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식당에서 돌아다니는 배달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이미 한국에서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스타트업계도 타격이 있지 않았나

▲실리콘밸리의 경우 기존 스타트업과 VC의 활동은 위축되지 않았는데 창업이나 초기단계 투자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창업투자사가 지원한 벤처기업 숫자가 2019년 1608개에서 2020년엔 2130개로 늘었고, 투자금액도 4조2777억원에서 4조3045억원으로 늘었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한국인다운 역동성이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창업투자자금 비율을 보면 대한민국이 세계 4위다. 우리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곳이 미국, 이스라엘, 중국 정도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인들의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한 한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늘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독립해 용감하게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창업하기 좋은 시대가 활짝 열릴 것 같다.


대담/ 명진규 소비자경제부장

정리/ 조인경 기자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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