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경제활동 전반 아울러
시행령은 올 하반기에 나올듯
미리 대처하기도 어려운 상황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66인, 찬성 164인, 반대 44인, 기권 5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시행 1년 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 제조업 분야를 비롯해 일선 소매·유통업체까지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뜻 건설·정비 현장이나 대규모 공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만을 염두에 두기 쉬우나 원료·제조물을 만드는 과정이나 관리·유통 상의 안전조치 등까지 아우르면서 사실상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사전예방 조치를 어디까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구체적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올 하반기에야 나올 가능성이 높아 미리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26일 공포한 중대재해법 전문을 보면 특정 원료나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한 명 이상이 숨지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부상자가 생기면 ‘중대시민재해’로 간주된다.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시민재해 역시 미리 예방·관리 조치를 제대로 준비해두지 않을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도록 했다. 해당 조문은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의 결함(9조)"이라고 돼 있어 현 규정대로면 중소 규모 제조업체는 물론 중간 물류단계나 판매 주체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김동욱 세종 변호사는 전날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설명회에서 "산업재해의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감안해 미리 대처할 수 있을 텐데 시민재해 관련 조항에선 원료나 판매·유통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책임주의 위반 여지가 있다"며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 담도록 했는데 현재로선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중대시민재해란 개념은 아직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인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세월호 침몰사고 등을 염두에 두고 법에 반영됐다. 산업재해의 경우 기업 입장에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건축법 등을 감안해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시민재해에 대해선 국회 입안 과정에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김 변호사는 "화학물질관리법, 제조물책임법, 여객운수사업법 등 각 담당 부처의 소관법령을 가져다 구체적 내용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역시 각 공무원에겐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라며 "시행령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풀뿌리 기초산업까지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법임에도 올해 초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급박하게 마련된 법이라 벌써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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