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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시켰는데 '전자발찌 찬 성범죄자'가 왔다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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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전과자 심부름 업체 통해 고객 집에서 또다시 성범죄
법원 "업체, 고객에게 1000만원 배상하라"
시민들 "성범죄자 걸러낼 수 있는 취업 제한 확대해야" 분통

전자발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자발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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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성범죄 전과자가 인력 중개 플랫폼 앱(심부름 업체)을 통해 고객 집을 방문해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공분이 일고 있다. 법원은 성범죄자를 고객 집으로 연결한 업체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에 앞서 범죄를 예방하거나 아예 이 같은 일이 사전에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범죄 전력을 조회할 수 있는 취업 분야를 더 늘리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3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A(피해자)씨가 심부름 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B사가 A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6월 자택에서 짐을 옮기기 위해 B업체가 운영하는 구인 앱에서 C씨 등 2명을 고용했다. 그러나 C씨는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였다. 2008년 강간 등 치상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7년 출소한 상태였던 C씨는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받고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짐을 옮기는 등 작업을 위해 A씨의 방으로 들어간 C씨는 갑자기 흉기로 A씨를 위협하면서 추행했고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아파트 벨소리가 들리자 범행을 멈추고 도주했다. C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받고 업체를 상대로 5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업체의 인증 절차가 신원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볼 수 없음에도 노동자들의 신원이 엄격하게 검증됐고 안전 걱정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처럼 광고했다"며 "이는 사실과 다른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B업체는 고객이 게시판에 작업 내용을 올리면 노동자가 보수를 제시하는 구인 앱을 운영하면서 노동자 신원을 검증해 안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그러나 검증 절차에서는 이름과 연락처를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해 C 씨 범죄 이력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법원은 다만 업체가 플랫폼 노동자 관리 감독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범행을 방조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체가 성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과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인 사실을 미리 적발하지 못했지만 범죄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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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아예 막을 수 없나" 불안감 호소


그러나 이 같은 재판부 판결 내용과는 별개로 C 씨 범죄 사실과 같이 성범죄 전력을 공개하지 않고 취업 활동을 했을 경우, 유사 범죄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범죄 전력을 조회하고 싶어도 해당 업종이 범죄 경력 조회 의무가 아니라면 이 역시 언제 어디서든 비슷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만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성범죄 전과 사실을 숨기고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제도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성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이 집 안에 들어와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청원인은 "현재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이 배달 등 가정 방문을 하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면서 "잠겨있는 문도 따고 들어가고, 방범창도 뜯어내서 들어가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가정방문을 하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의아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을 방문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고객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라면서 "적어도 가정을 방문하는 직업에는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과 청원인의 호소와 달리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를 보면 주로 유치원, 초. 중등학교, 학원, 교습소, 아동복지시설, 체육시설, 개인과외교습자 등의 업종만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경비업 법인(경비업무 종사자만 해당),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 제공업소(일반 PC방), 복합유통게임 제공업소(멀티방). 청소년 게임 제공업소(일반 오락실)도 이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과 같이 심부름 업체 등 고용인을 직접 대면하는 업종의 경우 취업을 제한하지 않는다. 관련 법 규정이 없다 보니 업주 처지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성범죄 경력 조회 확인 의무 역시 마찬가지다. 관련 제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장은 그 기관에 취업 중이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 중인 자 또는 취업하려 하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려는 자에 대하여 반드시 성범죄 경력 조회를 경찰서에 신청하고 성범죄 경력 조회 회신서를 받아 성범죄 경력 유무를 확인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이 업종을 제외한 업종에서는 사실상 성범죄 등 다른 범죄 경력 조회의 의무가 없다.


성범죄자의 취업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최소한 가정을 방문하여 일하는 업종만큼은 막아달라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는 제도 보완을 시사하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을 만나 일을 하는 일종의 대면 업종은 `성범죄 경력 조회` 절차가 있어야 최소한의 범죄 예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죄 경력 조회 부문을 취업 업종에서 더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범죄 경력 조회 의무가 없는 업종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취업 제한 등 인권 침해 요소가 있어 이는 사회적으로 논의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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