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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은 했는데 출근하지 말라니…취준생의 '코로나 별곡'

최종수정 2020.10.30 11:30 기사입력 2020.10.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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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최종합격 후 입사연기
일각선 사실상 합격취소 되기도
구직자 41% "채용 연기·취소 통보 경험"

해고제한규정 위반에 해당되지만
예외규정 있어 사안별 다툼소지
당장 생계위해 알바시장으로 몰려

16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701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39만2천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5월(39만2천명) 이후 4개월만의 최대폭 감소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16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701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39만2천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5월(39만2천명) 이후 4개월만의 최대폭 감소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전근휘 인턴기자] 취업준비생 김선영(28ㆍ가명) 씨는 올해 1월 청소년수련시설 정규직 모집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1년여 준비해 자격증을 취득한 끝에 찾아온 기쁨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다. 회사 측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직원 연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채용 시기를 미루더니 5월 "기다리지 마시고 다른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로 사실상 채용 취소 의사를 알려온 것이다. 합격의 기쁨은 잠시, 김씨는 다시 일식집 서빙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는 "합격 통보 후 몇 달간 취업 준비를 중단한 채 장밋빛 계획만 세우고 있었는데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채용에 성공하고도 정작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보통 코로나19를 이유로 '무기한 채용 연기'를 통보하는데, 이는 사실상 채용 취소와 다를 게 없다. 직격타를 맞은 여행ㆍ항공ㆍ스포츠업계 등은 물론이고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서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다시 취업을 준비하기도 애매해진 취준생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불안정한 시급 노동시장을 헤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법적으로 구제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는 마땅히 없다.

이는 비단 취준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업계 3년차 서이현(30ㆍ가명)씨는 6개월 전 외국계 회사 이직에 성공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코로나19로 여행업이 직격탄을 맞자 빨리 이직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서씨는 "회계 쪽으로 직종을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외국어와 회계 자격증 2개를 땄다. 하지만 새 직장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채용을 6개월째 미루고 있어 또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사람인이 올해 4월 구직자 205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채용 취소 또는 연기를 통보받은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에서 설명한 사유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돼서(59.1%,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 '일정이 무기한 연기돼서(46.3%)', '기존 인원도 감축 예정이어서(11.4%)', '해당 사업 혹은 업무가 없어져서(6.4%)' 등 순이었다.


일방적인 채용 연기 혹은 취소 통보에도 '을' 입장인 취준생이 적극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근로자와 달리 이들을 보호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회사로부터 채용 내정 통보를 받은 경우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본다. 근로기준법을 보더라도 회사가 채용 내정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것은 해고제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다만 급박한 경영상 이유 등 고용주 입장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있어 사례별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또는 민사소송이란 방법도 있지만 취준생들에게는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채용 연기ㆍ취소 등을 제한하는 법률이 있지만 고용주가 처벌 받은 사례는 드물다"며 "그나마 3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조차 안 되고 있고, 취준생이 소송과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게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전근휘 인턴기자 ghw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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