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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일장 살인사건…우발적 범죄? 치밀한 계획 범죄 [한승곤의 사건수첩]

최종수정 2020.10.25 18:26 기사입력 2020.10.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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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에 돈 탕진, 제주오일장 살해범 "우발적 범행" 주장
사체 은닉 위해 다시 범행현장 찾아
유족 "또다시 비극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
전문가 "전형적인 계획 범죄 저항하니까 흉기로 살해"

제주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후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20대 A씨. 사진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8월30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A씨가 본인 소유 탑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주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후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20대 A씨. 사진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8월30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A씨가 본인 소유 탑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따라가 살해하고 현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가 자신의 범행을 우발적이라고 주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범인은 지속해서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피의자는 재판 과정에서 계획 살인이 아닌 단순 우발적 범행으로 처벌을 약하게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일종의 양형 조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준비된 진술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범행 과정을 보면 피의자는 범죄를 저지를 장소, 피해자를 물색하는 등 계획 범죄 정황도 있다. 유족은 범인이 흉기를 준비한 점 등을 들어 명백한 계획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범행 과정을 보면 치밀한 계획범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위협하다가 놀라 찌르게 됐다" 우발적 범행 주장


2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과 사체은닉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9)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위협을 받다 바로 옆에 있는 밭으로 떨어진 여성을 따라가 범행을 이어갔는데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이 돈이 많아 보였느냐"라고 질의했다.


A 씨는 "가방에 돈이 있는 줄 알고 훔치려 했고,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흉기로) 위협을 하다가 놀라 찌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살해 후 가방에 있던 현금 1만원만 가지고 갔으며, 이후 현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울려 가져갔다"면서 "체크카드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1월16일 2차 공판을 열고 유족들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8월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8월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 강력범죄 연관성 부인


지난달 10일 제주서부경찰서는 강도살인, 시신 은닉 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강 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범행이 계획이 아니라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8월30일 오후 6시50분께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피해자(39·여)를 특정하고 뒤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자에게서 신용카드를 훔쳐 편의점과 마트에서 두 차례에 걸쳐 10만 원어치의 식·음료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발생 당시 피해자는 인근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생활고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 자신의 범행이 강력 범죄 등 계획범죄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 탑차에서 시장 인근과 공원 등 배회…범행 대상 물색


그러나 진술 내용과 달리 A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일종의 범행 준비를 했다. 단순 우발적 범행이 아닌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일종의 계획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몇 달간 월세를 내지 못한 A 씨는 지난달 28일 주거지에서 나와 범행을 결심했다. 범행 대상 물색은 자신의 소유 탑차에서 이뤄졌다. 그는 사흘간 이 탑차에서 생활하며 오일시장 인근과 공원 등을 배회,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결국, 8월30일 범행을 저지른 A 씨는 범행 5시간 만인 31일 0시17분께 범행 현장을 다시 찾아 시신을 옮기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완전 범죄를 꿈꾸기도 했다. 단순 범죄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범행 동기는 생활고로 인한 자금 마련이 아닌 일종의 여가 생활에서 비롯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여성 인터넷방송 BJ에게 환심을 사려고 후원하며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여성 BJ들에게 최소 10만 원부터 최고 200만 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대출과 생활비에 이어 사이버 머니 비용 등으로 5500만 원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돼 택배 일을 그만뒀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인식은 조금도 없이 오직 돈만을 노리는 심리 상태에 푹 빠져 있었다. 미리 계획된 인명 경시에 의한 흉악범죄"라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유족 역시 9월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계획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피해자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피의자는 1t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했다는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내 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견해 역시 경찰과 다르지 않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 우발적 범행이 아닌 치밀한 계획범죄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는 개념은 범행 결심으로부터 범죄 발생까지 시간적인 간격이 아주 짧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A 씨는 자신의 탑차 등을 이용해 범행 장소를 물색, 또 범행 대상도 노렸다"고 지적했다.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범행 대상을 특정하고 여성을 뒤따라갔다. 이런 과정으로 볼 때 계획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피해자가 저항하니까 가지고 있던 흉기를 가지고 살해했다. 전형적인 계획범죄다"라고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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