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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노동자' 김진숙, 文 대통령에 편지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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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이 민주주의 없다는데 그 열매는 누가 따먹나"

지난 13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35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35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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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30여 년 전 노동운동을 하다 한진중공업으로부터 해고된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


김 지도위원은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인사 172명과 함께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숙 동지가 문 대통령에게 전하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공개했다.

김 지도위원은 편지에서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건가.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오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다"며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또 한 사람은 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노동자들은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난다.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는다"며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저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다"며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지도위원은 마지막으로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하다"며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지도위원은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했으나, 이후 노조 대의원으로서 집행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1986년 7월 해고됐다. 김 지도위원은 해고 상태로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으로서 노동 현장에 머물렀다. 정부는 김 지도위원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후 관련 법에 따라 민주화운동보상위원회는 사측에 복직을 권고한 바 있으나, 사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두고 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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