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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비웃는 분양권 불법전매…중개업자도 나서서 권유

최종수정 2020.10.19 11:39 기사입력 2020.10.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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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 "강력 처벌" 의지 무색
전문가들 "주택법 허점 보완 필요"
전세 이중계약·합의이행각서 만들고 복등기

단속 비웃는 분양권 불법전매…중개업자도 나서서 권유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 직장인 박모(45ㆍ서울)씨는 최근 집을 알아보다 한 중개업자부터 분양권 매입을 권유받았다. 분양권 전매가 불법이지만 각종 서류를 잘 구비하면 문제될 게 없고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이 중개업자의 설명이었다. 박씨는 찜찜한 마음에 발걸음을 돌렸지만 낮은 청약가점에 분양 당첨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분양권 매입 여부를 고심중이다.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이 입주때까지 금지됐지만 일선 시장에서는 불법 전매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강력 경고했음에도 입주를 앞둔 신축단지 중심으로 '복등기(이중등기)' 형태의 분양권 전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낮게는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되는 단지들이 잇따르면서 불법 분양권 전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아시아경제의 취재 결과 이같은 불법 전매를 쉽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고덕자이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공인)에서는 전세를 알아보러 왔다는 기자의 문의에 중개업자는 차라리 돈을 더 보태 분양권을 매수할 것을 권했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분양권 전매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중개사는 "다 방법이 있다"며 자세한 방법까지 설명했다. 우선 매도자와 매수자가 전세계약을 체결하되 동시에 이중계약으로 매매계약서를 하나 더 작성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두 계약서에 계약금, 중도금, 잔금 지급일을 같게 하되 매매계약서에는 '잔금 지급시 매도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후 즉시 소유권을 매수자에 이전한다'고 명시한다. 전세계약을 가장한 분양권 매매계약인 셈이다. 전세는 분양권 불법 전매의 자금 흐름 추적을 어렵게 하고 매수자의 위험을 줄이는 '보험'이 된다.


특히 이같은 거래는 실거래신고에 노출도 되지 않는다. 전세는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상일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고덕자이 전용 84㎡ 분양권이 이 같은 형태로 15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규제지역 곳곳에서는 이같은 위장거래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분양권 불법전매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복등기 매매계약이 뼈대에 전세계약, 합의이행각서, 공증, 제소전화해조서 등의 이중장치를 해두는 구조다. 불법전매 계약에 하자가 발생해 소송으로 이어질 것을 대비해서다. 부동산전문 한 변호사는 "몇건의 판례를 보면 법원이 분양권 전매를 불법으로 인정하면서도 계약 당사자 간 합의는 지켜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이를 불법전매가 사실상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법원은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입주권 지위 양도 관련 소송에서 전세계약을 가장한 분양권 전매가 불법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전매 자체의 효력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허점을 지적하며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택지개발촉진법에는 전매행위를 제한하면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도 무효로 하는 '효력규정' 성격이 강하지만 재건축ㆍ재개발 등에 적용되는 주택법 규정의 경우 분양권 불법전매가 '단속규정'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단속규정은 불법 행위 자체는 처벌하지만 법률행위의 효력은 인정된다. 법무법인 굿플랜 소속 김가람 변호사는 "주택법상의 불법전매 규정은 당사자간 맺은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다 보니 현재도 관련해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추가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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