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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본 음식 중 최악…그냥 버릴래요" 배달앱 악성 리뷰에 우는 업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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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배달 주문 증가
배달앱 리뷰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 업주들 '속앓이'
전문가 "리뷰 문화 개선 위해 앱 시스템 개선해야"

지난 9월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배달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끌며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9월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배달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끌며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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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맛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네요. 그냥 버릴게요.", "서비스 주면 후기 좋게 써드릴게요."


최근 일부 소비자들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배달 앱 리뷰가 소비자들의 가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악용해 이른바 '평점 테러'와 악성 리뷰 등을 미끼로 점주에게 무리한 서비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음식 맛에 대한 단순 비판을 넘어 싱크대 하수구나 쓰레기봉투에 음식을 버리는 사진까지 게재해 업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악성 리뷰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배달 앱 자체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자 배달 음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년 전(11조2786억원)보다 27.5% 증가한 14조383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품군별로 보면 피자, 치킨 등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1조6730억원으로 83.0% 폭증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1월 이래 가장 큰 거래액이다.

배달 앱 이용자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이용자 1400만 명, 입점 매장 수 17만 곳 이상을 확보했다.


문제는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악성 리뷰에 대한 영향력도 커졌다는 데 있다. 음식점 잘못이 아닌데도 트집을 잡아 환불을 요구하고 나아가 '서비스를 주지 않으면 악의적인 리뷰를 쓰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악덕 소비자)'들의 횡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가 '배달의 민족'에 올린 후기. 사진=배달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한 소비자가 '배달의 민족'에 올린 후기. 사진=배달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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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규모의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이 같은 고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음식점 사장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만 원 이상 주문한 고객에게만 사은품으로 음료수를 드리는데, 만 원 이상 주문하지도 않은 고객이 '별점 테러'를 했다"면서 "평소 별점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이지만, 얼토당토않은 거에 지적당하다 보니 화가 난다"고 했다.


특히 일부 소비자의 경우, 음식에 대한 지적을 넘어 싱크대 하수구나 쓰레기봉투에 음식을 버리는 장면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해당 리뷰를 본 한 50대 업주는 배달 앱 댓글을 통해 "50대 후반에 직장 퇴직하고 집사람이랑 사활을 걸고 하는 가게"라며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었지만, 음식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사진을 보니 오늘은 마음이 무너져 죽을 만큼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악의적인 리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통상 음식과 서비스 등에 대한 리뷰를 보고 주문을 결정한다.


평소 배달 앱을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직접 가보지 못한 가게의 경우, 리뷰를 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가게 평점이 높은 곳이 더 신뢰가 가기 때문에 평점 낮은 가게는 되도록 피한다. 리뷰가 좋지 않은 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리뷰를 아예 폐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3일 '자영업자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고객이 배달비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했는데도, '배달비가 왜 이리 비싸냐'며 리뷰 테러를 했다"면서 "고객에게 받은 배달비는 자영업자가 가지는 것이 아니라 퀵 기사님께 드리는 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 고객의 잘못이었는데 우리의 잘못인 거 마냥 리뷰 테러를 하는 것에 대해 배달 앱 고객센터 측에 건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한 업주가 배달앱 리뷰 기능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한 업주가 배달앱 리뷰 기능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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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배달 앱도 리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2010년 서비스 시작 이후 2019년 4월까지 총 6만2000건의 불법 리뷰를 삭제했다.


'요기요'도 AI 기술 등을 통해 허위 리뷰, 어뷰징 리뷰 등을 걸러내고 있으며 적발 시 경고·퇴출 조치하는 등 제재 강화에 나섰다. 다만 배달 앱 이용자가 1000만 명이 넘어선 상황에서 단속만으로는 악플 리뷰를 걸러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리뷰문화 개선을 위해 배달 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경험하지 않은 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리뷰와 사진 등을 참고한다. 이런 경우, 악의적인 리뷰들은 소비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악성 리뷰로 인해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게에 대한 허위 리뷰 등이 달렸을 경우, 배달 앱 차원에서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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