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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충격이 더 큰 가난한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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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저개발국 발전의 성과 무너질 위기
보건, 교육, 경제 모두 흔들리는 상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등 극심한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봉쇄 조치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제한적인 확산 방지 조치마저 역시 사회·경제적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 코로나19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지만, 특히 저개발국의 경우 수십년간 진행됐던 개발의 성과들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소아마비에 걸린 10달된 딸을 안고 있는 파키스탄 남성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소아마비에 걸린 10달된 딸을 안고 있는 파키스탄 남성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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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새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 글로벌 관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년 발표되는 '골키퍼스 보고서'이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세계, 특히 저개발국이 겪는 고통이 상세하게 다뤄졌다. 그동안 저개발국은 지표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제 성장률은 물론, 절대 빈곤층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이뤄왔던 성과가 매우 빠르게 후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와 같은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간접적인 영향의 형태로 전세계는 빈곤과의 전쟁에서 이뤄냈던 성과(빈곤퇴치, 보건과 교육의 확대)를 잃어버리고 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와 협업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나라의 보건 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백신 보급률이 올해 들어 199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백신을 접종받는 아이들의 비율이 지난해만 해도 84%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70%로 줄었다. 25년간의 성과가 불과 25주만에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건상의 후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저개발국의 재정 여력이 약화될 수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질병 등에 대한 대응 여력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그동안 맞아왔던 백신 접종률이 줄어들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아니더라도 홍역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늘 수밖에 없다.


사회적 진보의 성과 역시도 위기를 맞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당시에 일부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휴교령을 내렸을 당시, 휴교령이 해제된 뒤에도 여학생들의 경우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었다.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여학생들의 등교가 확대됐지만, 코로나19로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그동안의 성과가 도로 아미타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맞춰 취해진 조치들이 영구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확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상황도 위태롭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지만, 저개발국의 고통이 한층 더 크다. 선진국 등의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재정·통화 정책을 쏟아내는 데 반해 저개발국의 경우에는 이런 자원이 부재하다. 선진국이나 개도국의 경우 국채 등을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매울 수 있지만, 저개발국의 경우에는 국제 금융시장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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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올해 갚아야 할 채무 상환 일정을 재조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20개국(G20) 등은 올해 갚기로 예정된 채무 상환 일정 등을 미뤄주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 악화는 더욱 가파르다. 코로나19로 인해 저개발국의 경제적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저개발국의 경우 특히 해외 이주노동자들이 보내주는 송금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컸다. 하지만 봉쇄조치로 인해 선진국 내 생산활동 등이 줄어들면서 이주노동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의 경우 관광 산업의 의존도 역시 큰 부분인데, 해외여행이 소멸하면서 저개발국의 경제적 주요 수입원 역시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영향으로 빈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일 소득이 2달러 미만인 인구 비율이 지난 30년간 전세계 37%에서 7%로 낮아졌지만, 불과 수개월 사이에 3700만명이 하루 2달러 미만을 버는 상황에 새롭게 내몰리게 됐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경제적 고통은 한층 더해질 것"이라고 봤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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