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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약자' 생각에 갇힌 정부…주택·상가 분쟁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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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은 강자, 임차인은 약자 프레임
'임차인 보호' 취지 좋지만 논의 부족
정책 강행하다보니 시장왜곡, 부작용↑
곳곳서 분쟁·소송 늘고 실효성도 의문

'임차인=약자' 생각에 갇힌 정부…주택·상가 분쟁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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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임차인=약자'라는 정부의 편향적 정책 접근이 주택ㆍ상가 임대차 분쟁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개정 과정에서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임대인에게 불리한 규정을 여과 없이 도입한 결과다.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부작용만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사적인 계약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간 불신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임차인에 유리하지만 부작용 상당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전ㆍ월세전환율이 기존 4%에서 2.5%로 낮아지면서 시장에선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전ㆍ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당장 임차인 입장에선 월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예컨대 전세 보증금이 3억원인 집에 사는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1억원으로 낮추면 이전에는 월세로 약 67만원 내야했지만, 이날부턴 약 42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료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전ㆍ월세전환율의 경우 기존 전세 계약을 월세로 전환할 때만 적용되고,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ㆍ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임대료를 시세만큼 높이지 못해 불만이 커진 임대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 새입자를 받으면서 전ㆍ월세가격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선 지난 7월말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급등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데, 전ㆍ월세전환율 인하가 이같은 추세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음식점과 각종 점포가 밀집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음식점과 각종 점포가 밀집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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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분쟁…소송 조장하나

정부가 임대인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 만큼 이해당사자들간의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ㆍ월세전환율은 민법 규정인 만큼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임차인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지만, 사안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나 민사소송의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다.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분쟁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현재 6곳인 임대차 분쟁조정위를 내년까지 18곳으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앞으로 분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임대인에 대한 제약이 늘었기 때문에 임차인의 주거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임대차2법 시행 이후 한달간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5090건의 임대차 관련 상담이 접수돼 전년 동기(1539건)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상임법을 개정해 임차인이 앞으로 6개월 동안 임대료를 추가로 연체해도 임대인이 계약해지나 갱신거절을 할 수 없게 한 것도 임대인ㆍ임차인간 분쟁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하며 상당수 임차인이 피해를 입긴했지만 이로 인한 손실을 임대인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월세 외에 소득이 마땅치 않은 영세 상가 임대인은 이번 법 개정으로 당장 생계가 힘들어지게 됐지만 정부의 '임차인 보호' 프레임에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선한 임차인' 프레임이 시장 왜곡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인이라고 다 잘 사는 사람이 아니고, 임차인이라고 다 못 사는 사람이 아니지만 최근의 임대차 관련 법안을 보면 임차인에게는 무조건 이익이 되고, 임대인의 이익은 침해하고 있다"며 "이권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인데도 정부가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정부의 선한 취지와는 달리 주임법ㆍ상임법 개정이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에게도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세금과 대출이자, 보험비, 수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가건물 임대인들이 신규계약 때 임대료를 높이거나, 6개월 이후 기존 임차인을 내쫓는 강수를 둘 수 있다.


실제 임대인들 사이에선 "수년간 임대료를 동결했지만 이젠 최대한 높이겠다"거나 "임대료가 밀리면 법대로 쫓아낼 것"이라는 반발이 속출한다.


코로나19와 같은 1급 법정 감염병을 이유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역시 인하폭과 기간 등이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한 분쟁만 야기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세부규정이 없는데다 임대인이 반드시 들어줄 이유도 없어 법정까지 가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게되면 임대인, 임차인 모두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임차인은 소송 부담이 더욱 클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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