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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해서 베팅했는데…해외주식 추풍낙엽

최종수정 2020.09.29 21:23 기사입력 2020.09.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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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데이' 기대 못미친 테슬라
나스닥 3% 하락…미국 기술주 폭락

수소전기차 니콜라·의료장비 나녹스
기술 사기 의혹에 하루새 26%·3% 급락

금융당국, 해외투자 리스크 유념 당부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저, 지금이라도 매도할까요?" 24일 오전 회사원 이 모씨(29)는 한숨부터 내뱉았다. 이달 초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며 '서학개미' 행렬에 동참한 이씨는 주식계좌를 여는 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테슬라 주가가 '배터리데이'를 이슈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갓(God)슬라'라고 불릴 만큼 그동안 큰 폭의 상승이 이어져 이번에도 베팅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 이후 끝 모를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기술주들이 폭락세를 보이면서 해외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 의료장비업체 나녹스의 경우 미국 내에서 기술력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부 종목은 하루 만에 25% 넘게 폭락했다. 이들 3개 종목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입힌 손해만 5400억원에 달한다.

영끌해서 베팅했는데…해외주식 추풍낙엽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시스템 세이브로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가 10.34% 하락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은 손실이 예상된다. 전날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규모는 40억6226만달러로(4조7495억원) 집계됐는데, 하락분을 반영할 경우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의 주식 가치는 하루 동안 4911억원가량 증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주식이 하루 만에 10% 급락한 것은 배터리와 관련된 신기술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오명을 쓴 테슬라는 과제와 비전만 있을 뿐 실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배터리데이 이후 미국 증권사들은 테슬라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5달러 낮춘 305달러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회사원 구 모씨(34세)는 "S&P500 편입 실패 이후에도 계속 오름세를 보이기에 '팔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며 "배터리데이 이후 회사의 수익구조 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고는 도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니콜라와 나녹스는 상장 이후 국내 투자자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사기 의혹에 휩싸이며 주가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며 상장 이후 136%가량 주가가 폭등했지만, 현재는 상장 당일 종가(33.75달러)보다도 37% 하락한 상황이다.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버그가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수소차는 사기'라고 지적한 이후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자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조성됐다. 니콜라는 하루 만에 26%가량 폭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383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8월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이스라엘 의료장비업체 나녹스도 공매도 기관인 머디워터스의 저격을 받으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없으며 가짜 영상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27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약 127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상황이다. 지난 23일 나녹스는 나스닥시장에서 3%가량 하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손해액은 약 38억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3월 이후 쉬지 않고 달린 만큼 당분간 과열과 쏠림현상에 대한 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니콜라, 테슬라 등 유동성에 의해 장밋빛 전망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상승해왔던 종목군들이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심리의 위축이 나오고 있다"며 "시장은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충분한 정보가 전제되지 않은 해외투자가 가질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유념해야 한다"며 "금융권에서도 고객들이 투자대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보호에 노력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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