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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의 새 4년이 국제질서를 결정한다

최종수정 2020.09.24 13:59 기사입력 2020.09.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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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2016년 6월 중순 도날드 트럼프가 미 대선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필자는 한 국내 일간지에 미중관계를 전망하는 시론을 기고했었다. 요약하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중국에게 실보다 득이다. 첫째 미국식 체제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오히려 중국식 지도자 양성 시스템이 그럴듯해 보인다. 둘째 트럼프의 변덕스러움은 시진핑 외교의 약점과 실수를 덮을 것이다. 이해타산에 밝은 트럼프에 비해 시진핑이 오히려 진중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결국 중국의 신질서 수립을 위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 셋째 한국은 미국에게 1급 동맹이 아니다. 한국이 안보에 유임승차하고 경제적 성의를 보인다면 동맹관계를 흔들지 않겠지만,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그래도 안보는 미국이라는 논리는 힘을 잃을 것이다. 물질주의 요소가 유입되면서 한미동맹의 가치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현 미중관계와 다수 부합하나 트럼프의 스타일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2017년 이후 미국의 대중(對中)정책의 근본적 변화에 충분히 주목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미 대선을 지켜보면서 새 4년의 의미를 해석해본다. 지난 4년 트럼프가 기존 국제정치판을 크게 흔들었다면 새 4년은 트럼프의 재선 시, 혹 바이든도 트럼프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시 판 자체를 엎을 수도 있다.

관전 포인트는 첫째 미국 국내정치가 우리가 기대하는 모범을 보일지 여부이다. 지난 4년 대통령제의 개인 사유화, 의회의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이 극심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대선 우편 투표 불복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대선 후유증이 상당할 듯하다. 설상가상 진보 성향의 연방대법관의 사망 후 트럼프가 대체 대법관 지명권을 가지면서 사법부의 경직도 예상된다. 3권 분립에 기반 완벽해 보이는 미국의 가치·체제 우월성이 크게 흔들리면 미국도 '평범한' 여러 대국 중의 하나로 인식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둘째 미국이 전통적 글로벌 리더십으로 돌아올 지 여부다. 미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여전히 힘과 신뢰도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경찰 역할, 무역·투자 개방, 동맹 중시 기조를 계속할지 지켜보아야 한다. 새 4년에도 미국은 이전 스스로 구축한 질서를 허물고 새로 재구축하려 하겠지만 자유번영 국제질서의 근본과 원칙에 충실하지 않고 미국 국익 우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하강은 명약관화이다. 트럼프가 재선하면 미국 외교의 우아함은 완전히 사라진다. 바이든이 언사만 외교적이고 트럼프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 미국 리더십에 대한 희망을 접는 것이 나을 듯하다.


셋째 미국의 중국 타깃 맞춤형 정책인 인도·태평양전략을 구체화할지 여부다. 신냉전이라 부르기엔 미중 간 경제적으로 서로 얽힌 것이 많아 완전한 디커플링은 어렵지만, 미중 간 국력차가 줄면서 미국의 대중정책은 트럼프와 바이든이든 수단과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중국의 무릎 꿇리기란 목적과 의도는 같다. 인태전략은 본질상 군사성격인데 여기에 더해 경제영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외교영역의 10개 민주국가 모임(D10), 정보영역의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방역영역의 쿼드플러스 등 많은 신개념들이 구상되었다. 향후 4년 인태전략이 성공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동맹들의 전폭적 반중(反中)전선 참여가 전제되는데, 만약 미국의 호주머니가 아니라면 인태전략의 실행 수준은 매우 더디고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미정책은? 그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입장의 한국에겐 다시 딜레마다. 미국은 한국에게 G11를 초대하고, 인태전략의 적극 동참을 요구한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에 동맹들 중에서 항상 일등으로 찬반을 표시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더 해도 미국에게 일본, 영국급 동맹이 될 수 없다. 미국의 여타 동맹들은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안보적으로 우리만큼 중국의 ‘위협’에 직접 노출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 직접 나서지도 않고, 동병상련 동맹들이나 중견국가들도 서로 한마디 거들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반보 늦을 수밖에 없다. 새 4년은 우리의 좌표 설정과 함께 최선을 다해 최악을 피하는 선택외교의 시간이 될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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