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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ARM 합치면 삼성 피해 입는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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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엔비디아, 英 반도체 기업 ARM 47조원에 인수
전세계 스마트폰 칩 90% 이상 적용되는 ARM 설계
반도체 업계 '칩 중립성' 훼손 우려
삼성·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 대항마 키울 가능성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팹리스 업체 ARM 홀딩스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엔비디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팹리스 업체 ARM 홀딩스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엔비디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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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영국 반도체 설계사인 'ARM홀딩스'를 400억달러(약 4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영국 금융 전문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이 금액은 올해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이며, 반도체 기업 인수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RM의 '사상 최대 규모 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지탱해 온 '칩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칩 중립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엔비디아가 인수한 ARM 홀딩스의 독특한 사업 모델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ARM은 이른바 '팹리스(Fabless)'라고 불리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입니다. 즉 직접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라이센스료를 받고 다른 업체에 자신들의 설계도를 사용할 권리를 대여해주는 겁니다.


오늘날 삼성전자, 애플, 퀄컴, 화웨이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은 모두 ARM의 설계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ARM 아키텍처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로 제작한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일본 '후가쿠' / 사진=연합뉴스

ARM 아키텍처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로 제작한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일본 '후가쿠'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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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RM의 설계 지적자산(IP)인 'ARM 아키텍처'는 전세계 스마트폰 칩셋의 약 90%에 적용됩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AI 반도체, 서버용 반도체 시장까지 ARM이 진출해 있습니다. 심지어 현재 전세계 1위 슈퍼 컴퓨터인 일본 '후가쿠'의 CPU도 ARM 기반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시장과 고객들을 보유한 ARM은 특유의 ‘중립성’을 지키며 국제 반도체 설계의 표준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즉, 어떤 고객과 거래하더라도 결코 간섭하거나 특혜를 주지 않고 공정하게 설계도 접근 및 사용을 허락해 온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기업은 절대 ARM을 인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서로 경쟁자 입장인 반도체 기업들 중 하나가 ARM을 인수하면, ARM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지요.


이 가운데 엔비디아는 올해 ARM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일 엔비디아가 ARM 설계자산의 라이센스료를 올리거나, 특정 기업의 접근을 차단하면 그동안 ARM 설계 기술에 의존해 온 삼성, 퀄컴 등 기존 반도체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 /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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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은 지난 14일 영 매체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ARM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ARM의 본사가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시에 ARM 칩으로 세계 최대 규모 AI 슈퍼컴퓨터를 짓고, ARM과 케임브리지를 '세계 AI 연구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회장은 "영국 정부가 우리 비전을 들으면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엔비디아가 ARM의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글로벌 IT 기업들 입장에서는 막강한 경쟁자가 생기는 터라 긴장을 늦추지 못할 전망입니다. 글로벌 GPU 및 AI 반도체 업계 1위인 엔비디아 기술력이 ARM의 거대한 설계 자산과 합쳐지면, 슈퍼컴퓨터부터 IoT까지 아우르는 '슈퍼갑' 반도체 회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ARM의 중립성 문제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ARM은 각각 미국,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며 해당 기업들의 IP도 전부 두 나라에 귀속돼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RM을 비롯한 미·영 IT 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시킨 바 있습니다. 만일 ARM과 합병한 엔비디아가 미래 국가 간 무역 분쟁의 도구로 쓰이면, 반도체 업계에 큰 혼란이 닥칠 위험도 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 / 사진=연합뉴스

미-중 무역 분쟁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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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삼성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은 이같은 중립성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다행히 ARM 아키텍처를 대체할 살계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5년 설립된 팹리스 기업 '사이파이브'의 'RISC-V' 아키텍처입니다.


RISC-V는 ARM 아키텍처와 대체로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ARM 아키텍처는 ARM이 소유한 유료 설계이지만, RISC-V는 오픈소스로 누구나 CPU 코어를 무료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RISC-V는 ARM 아키텍처에 비하면 성능, 개발 생태계 등 모든 면에서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RISC-V를 ARM의 대항마로 만들기 위해선 삼성, 퀄컴, 화웨이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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