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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재 "늘 색다른 악역 고민, 상상하는 즐거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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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재 "늘 색다른 악역 고민, 상상하는 즐거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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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이정재가 하면 다르다. 악역이지만 꽤 합당한가 싶고, 무자비한데도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정점을 찍었다. '역시 그가 하면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는 여전히 우아하고 기품이 넘쳤다.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당황하는 법이 없다. 겸손하고 유려한 태도에서 풍만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정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오피스'(2015)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홍원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정재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 역할을 맡아 새로운 악역을 완성했다. 등장부터 강렬하다. 레이는 연을 끊고 살아온 형의 장례식장에서 복수를 결심한다. “장례식장에서 무심히 형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장면, 짧은 표정이 영화에서 레이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찰나를 위해 수많은 시간 고민하고 나를 괴롭히며 준비했다.”


그러면서 “독특한 캐릭터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기존 연기 방식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관객의 눈에 ‘그럴 거 같다’고 납득되길 바랐다. 시나리오에 설명된 부분이 많지 않아서 상상을 통해 빚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유니크한 캐릭터일지라도 추격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 연을 끊고 지낸 형의 죽음에 목숨을 걸 만큼 복수에 집착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재는 “형에 대한 끈끈한 애정보다 사냥감을 원하는 맹수에게 핑계가 생긴 것이라고 봤다”라며 “형이 죽었다니 가서 확인해보자 정도로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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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하얀 코트를 입고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레이가 평소에 즐겨 입는 옷차림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봤다. 장례식장에서는 좀 다르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코트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재는 멋진 패션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고유의 매력과 만나 캐릭터를 풍성하게 레이어드한다. “레이는 킬러지만 어딘가 섞여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누아르 속 킬러의 개연성만 따진다면 묘한 지점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묘한 캐릭터의 느낌이 무엇인지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목 뒤로 이어지는 화려한 타투 분장도 강렬하다. 시종일관 함께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정재는 “매일 분장을 했다. 태국 촬영 당시 가만히 서 있어도 땀으로 범벅이 돼 문신이 지워졌고 액션 촬영 후 뜯기기도 했다. 황정민 선배가 문신하고 연극을 한 경험이 있다더라. 선배와 분장팀의 아이디어를 얻어서 잘 지워지지 않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왕 할 거면 왕창 하자 싶어서 목에서 귀까지 모두 문신을 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어 “폭력적인 인물이지만 인상만 쓰고 다니지 않길 바랐다. ‘나 무섭지?’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연출부에 얼음이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돌렸을 때 소리도 나도 빨대도 반드시 꽂아 달라고 말했다. 음료를 빨아 먹는 행동이 보이길 바랐다”라고 전했다.


앞서 '도둑들'(2012)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캐릭터인 뽀빠이로, '암살'(2015)에서는 독립운동가에서 변절자로 변하는 염석진으로 분해 1,270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관상'(2013)에서 야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수양대군까지 강렬한 악역 캐릭터로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레이까지 악역 필모그래피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재 표 악역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악역에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악역에 상상력의 폭이 크다. ‘관상’에서는 점잖게 말하면서 폭력적인 캐릭터로 그렸다. 누군가를 응시하거나 말할 때 폭력의 색이 달라 보일 거라고 봤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그 반대다. 관객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 보니 오히려 행동과 비주얼 표현을 더 잘해야 폭력성이 잘 보일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은 악역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표현하려 했다. 조금 다르게 갈 수 있는 지점도 보였다.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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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인남 역의 황정민과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목숨을 건 두 남자는 타격감 넘치는 액션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세계’(2013) 이후 7년 만의 재회다. 이정재는 “전작에서 즐겁게 촬영을 해서 이번에도 기대됐다. 해외 촬영 때 함께 숙소를 쓰다 보니 더 친해졌다. 촬영을 마치고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작품 이야기를 했다”라며 “‘신세계’ 때보다 더 사이가 깊어졌다”라고 애정을 보였다.


이정재는 지난 4년 동안 영화 '헌트'(가제)를 집필하며 연출 데뷔를 준비해왔다. 영화는 안기부 에이스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 안기부 소속 해외팀 박평호 역을 맡아 배우로도 참여한다. “예전부터 시나리오를 써왔는데 언제 영화화될지 장담할 순 없었다. 그중에서 ‘헌트’가 제작되는 것이다. 정우성이 하길 바라서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지금은 ‘오징어 게임’을 찍고 있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우성도 감독 데뷔작 ‘보호자’(가제) 촬영을 마쳤다. 나란히 연출자로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나서게 된 것. 두 사람은 한때 청담동 부부라 불리기도 할 만큼 막역한 사이로 현재까지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두 사람은 동시기 주연작을 선보이고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정재는 “‘강철비2: 정상회담’도 재미있게 봤다. 정치 외교 소재를 블랙 코미디로 잘 풀었고 후반에서는 액션적인 재미가 인상적이었다. 메시지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도 다른 영화가 동시에 관객을 만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더욱 폭넓은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정우성에 여전히 사석에서 존댓말을 한다는 이정재는 우정의 비결로 진심을 꼽았다. “서로 아끼고 생각하니까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내 편’이라는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지니 고맙고 든든하고 뿌듯하다. 언어도 중요하다. 존댓말을 하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더 생기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후배들과 동료들한테도 존중의 의미로 말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후배들은 말을 안 놓으면 어려워하니까 친해지면 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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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영화계에서 의리 있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경조사를 잘 챙기는 것은 물론 어려울 때 진심으로 염려하고 돕는다는 것. 조용히 도우려 하는 그에게서 진심이 읽힌다며 고마워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에게 인간관계 철학을 물었다.


“솔직함이 아닐까. 처음 만났을 때 저를 다 보여주는 편이다. 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게 의리파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과정이 길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시간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오해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솔직해지려고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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