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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렸는데 소방관 책임?" 부산지하차도 참사 119 책임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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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부산시·소방본부 감사
경찰, 지하차도 참사 관련 부산소방본부 등 압수수색
출동 소방관 누나 "소방관에 책임 미루지 말아달라" 호소
전문가 "소방에 책임 묻기 이전에 관할 기관부터 확인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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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폭우로 침수된 부산의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진 사고에 정부와 경찰이 관할 소방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하차도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기상 특보 발효 전 감시원 배치, 통제 등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있고 소방관 처지에서는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한만큼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지하차도 관리에 책임이 있는 지자체와 관할 부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8시, 부산지방기상청은 부산지역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의 예상대로 부산지역에는 시간당 8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이후 오후 10시18분께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순식간에 잠기면서 3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폭우로 인해 지하차도가 침수되기 시작됐음에도 도로통제나 통행 제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사고 당일 부산지역 지하차도 29곳 중 단 한 곳도 차량이 통제되지 않았다. 특히 호우경보가 내리면 초량 지하차도를 통제한다는 매뉴얼이 있었지만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오후 8시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소방당국이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8시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소방당국이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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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사고지만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행정안전부는 감사에 나섰다. 행안부는 지난달 31일 안전감찰팀 소속 공무원 6명을 부산시에 보내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사고 관련 재난 대응 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23일 오후 8시 부산에 호우경보가 내려졌음에도 초량 제1지하차도의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초량 제1지하차도에 있는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와 부산소방재난본부 측의 사고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이에 앞서 부산경찰청은 30일 오후 7시께 부산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과 중부소방서를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소방본부 종합상황실과 중부소방서에서 119 무전 녹음, 구조상황 보고서, 공동대응 접수 신고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23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7월23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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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고 발생 당시 119의 경우 밀려드는 신고 전화로 구조가 늦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당 80㎜가 넘는 집중 호우에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당시 지하차도에서 첫 구조신고를 한 것은 9시30분께로 알려졌으나, 119가 전화를 받은 건 40여분이 지난 10시10분께였다. 이후 구조대는 10분 뒤 도착했고 11시30분까지 생존자 6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시,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이 현장 초동 대응이나 전반적인 재난·안전 관리 의무 등에 소홀히 했다는 일종의 책임론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 기관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부산 동구는 일부 과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으나, 기초단체에만 모든 잘못과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도로 통제와 관리 주체는 지자체라고 강조하며,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곧바로 조치했기 때문에 초동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소방 역시 뒤늦게 구조에 나섰다는 비판에 대해 당시 현장 활동 기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9시47분께 비상소집된 소방대원 3명이 지하차도 인근 차량에 고립된 2명을 구조하고 있었고, 4분 후 지하차도 구조에도 나섰다고 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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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산 침수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의 누나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에 출동한 소방관 동생을 둔 누나"라고 소개하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고 그 현장에는 제 동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된 날 퇴근하고 쉬지 못한 채 동생은 달려갔다"며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밀려오는 물살을 헤치며 맨몸에 밧줄 하나 매고 깜깜한 물속을 수영해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언론에서 쏟아내는 소방서 압수수색 기사는 말이 되냐. 목숨을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아 달라"며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6일 오후 3시30분 기준 1만1909명이 동의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직장인 A(28) 씨는 "자기 목숨보다 사람들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방관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사고 당시 폭우로 인해 밤새 구조현장에서 뛰어다녔을 텐데 너무하지 않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직장인 B(26) 씨는 "관계기관이 조사받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압수수색은 너무한 거 아니냐"며 "침수위험 지역이라면 관할 공무원이나 경찰이 먼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게 잘 안됐기 때문에 결국 소방관들이 출동한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전선에서 인명구조에 힘쓴 소방 공무원분들께 이런 대우는 말도 안 된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호우경보 발효로 시간당 80㎜ 이상 비가 내려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안에 갇혔던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호우경보 발효로 시간당 80㎜ 이상 비가 내려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안에 갇혔던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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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시설관리 부분에 미흡한 점이 있어 사고가 더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사고 당시 배수펌프는 작동했지만, 용량이 부족했고 지하차도 앞 전광판에는 도로통제 안내문이 나오지 않는 등 대비방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언주 행동하는 자유시민 상임대표는 지난달 27일 부산시청 앞에서 '수재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초량 지하차도에는 배수펌프가 있는데 왜 작동이 제대로 안 된 건지 의문 투성"이라며 "침수피해를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걸 지키긴 한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와 관계 당국이 폭우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 소방에 책임을 묻기 이전에 관할 기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침수 당시 통제, 안전요원 배치 등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라면서 "구조는 사건 발생 이후의 일이고 여기서 문제가 있더라도 소방에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실질적인 원인 찾아 처벌해도 지하차도가 침수하게 한 관련 부서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이후에 필요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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