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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화관 하나 없는 과천, 인프라 고민 없이 집만 더 지으면 어쩌나"

최종수정 2020.08.05 14:26 기사입력 2020.08.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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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도, 주민도, 與 의원도 "반대"… 공급대책 난맥상 보여준 과천

코 앞 지하철 '초역세권'에 강남급 입지로 평가되지만
"대형마트도 몇년 전 겨우 생겨" 주민들 생활인프라 미흡 지적
"시 외곽에 개발사업 한창에 재건축 도래 아파트 많아" 공급과잉 우려 목소리도

지자체와는 사전협의도 안 돼… 국토부 "국유지로 과천시와 협의할 사안은 아니다"

4일 발표된 정부 주택공급 대책으로 4000가구 공급이 예정된 정부과천청사 인근 유휴부지. 뒤쪽에 정부과천청사가 보인다. (사진=이춘희 기자)

4일 발표된 정부 주택공급 대책으로 4000가구 공급이 예정된 정부과천청사 인근 유휴부지. 뒤쪽에 정부과천청사가 보인다. (사진=이춘희 기자)


[아시아경제 과천=이춘희 기자] 4일 오후, 장맛비가 내리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부지는 조용했다. 3곳으로 나뉜 부지는 현재 운동장, 주차장, 광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날 정부는 몇십년 넘게 방치된 이 땅에 4000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지 바로 앞에는 수도권 전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이 자리잡고 있다. 대책 발표 직후 사실상 준(準)강남급 입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과천청사부지 개발은 발표 직후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과천 주민 정모(28)씨는 "다들 과천이 살기 좋다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영화관도 하나 없는 동네다. 대형마트도 몇 년 전에야 겨우 하나 생긴 상황"이라며 "왜 이렇게 다들 집만 못 지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르포] "영화관 하나 없는 과천, 인프라 고민 없이 집만 더 지으면 어쩌나"

별양동 A공인 대표는 "해당 부지에 집을 짓는다면 주거 요건은 최고일 것"이라며 "바로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초역세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시에서 개발하겠다고 해도 나라 땅이라고 안 된다고 하다가 이제 와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도 "안 그래도 지금 시 외곽에서 개발사업이 한창이고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들이 많아 인구가 늘어날텐데 인프라 고민도 없이 주택을 더 지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미 2만가구 넘는 주택 공급 예정… 인근 곳곳 '공사중'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와 인접해 있는 '과천위버필드' 전경. 내년 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사진=이춘희 기자)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와 인접해 있는 '과천위버필드' 전경. 내년 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사진=이춘희 기자)


실제로 정부과천청사 주택 부지 일대는 곳곳이 공사장이었다. 바로 맞은편에는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과천위버필드'(2128가구)의 건물이 거의 올라간 상태였다. 인근에는 'e편한세상시티과천'(549실), '힐스테이트과천중앙'(319실) 등 오피스텔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기에 시 외곽에 위치한 지식정보타운에서만 8422가구(12개 단지)가 공사 중이고 2026년에는 '과천주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공급촉진지구'에서도 570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과천청사 부지 개발에는 주민들은 물론 과천시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과천시와 사전 협의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급작스럽게 발표됐다"며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김 시장은 과천에서 이미 많은 공동주택 조성 사업이 진행 중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며 "또 다시 4000여가구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시민과 과천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인만큼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부지 및 청사 유휴지를 제외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과천·의왕시를 지역구로 둔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과천의 상징이자 숨통인 공간을 주택 공급 용도로 활용한다는 것은 합당한 활용방안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반대 입장에는 개발을 통해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는데 대한 거부감도 크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과천 외 태릉·상암도 쏟아지는 반대 여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과천청사 부지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 공급대책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협의를 거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대책은 대외비로 별도 공개가 어렵다"며 "해당 부지는 정부과천청사 지원용지로 과천시 시유지가 아닌 국유지인만큼 과천시를 협의대상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당 내 집단 반발은 과천만의 일은 아니다. 대규모 주택 공급대상지인 태릉골프장, 상암DMC 미매각 부지 등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결같이 지역 주민과 지자체, 지역구 국회의원의 집단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땅 저땅 다 끌어쓰다 보니 주민이나 지자체 등과의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기에 여당 의원들조차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지역 이해가 걸린 문제다 보니 개별적으로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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