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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일했는데 다시 신입이라니"… 어느 환경미화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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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 청소구역 7개로 조정
다른 업체 일자리 찾아 다시 되돌아와
신규채용에 상여금·연차 사라져
150명 "고용승계 보장하라" 시위

"12년 일했는데 다시 신입이라니"… 어느 환경미화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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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무슨 일을 당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강남구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김성철씨(59·가명)는 이번 겨울이 유난히 차갑다.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가 눈앞이지만, 반가움보다 걱정이 더 크다. 김씨는 지난달 12년 동안 일한 직장을 잃고 다시 '신입사원'이 됐다. 강남구청이 올해부터 2022년까지 골목 청소 및 생활폐기물 용역방식을 바꾸면서 폐기물 수송차 운전을 맡던 김씨의 일터가 변경된 탓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청 앞에는 형광 노란색 재킷을 입은 환경미화원 150여 명이 모였다. 붉은 머리띠까지 두른 이들은 비장했다. 강남구청에서 포스코사거리까지 1개 차선을 점거하고 가두시위를 벌이며 "뼈 빠지게 일만 했다, 고용승계 보장하라"고 외쳤다.


환경미화원들이 이날 단체행동에 나선 데는 강남구청이 지난해 연말 청소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관리구역을 8개에서 7개로 변경하고, 각 구역을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조정하면서 비롯됐다. 김씨가 일하던 구역은 다른 용역업체로 넘어갔고, 김씨가 소속된 A 업체는 관리구역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김씨를 퇴사 처리했다. 김씨가 근무하던 구역을 접수한 용역업체도 "수송차 운전기사가 필요하지 않다"며 채용을 거부했고, 김씨는 어쩔 수 없이 A업체로 재입사했다. 12년간 근무한 회사였지만 신규 입사자로 처리되며 기존에 지급됐던 근속 수당은 물론, 상여금과 연차까지 사라졌다. 김씨는 "강남구청과 용역업체가 결정한 관리구역 조정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환경미화원들만 비극을 겪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다른 환경미화원의 처지도 비슷하다. 강남구 지역에서 작업원과 운전기사 등으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300여 명인데 이번 작업구역 변경으로 50여 명이 회사를 옮겼다. 용역업체별로 임금체계가 서로 다른 데다, 이전 회사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탓에 임금 등 처우가 더 나빠졌다. 다행히 소속 회사가 변경되지 않은 환경미화원들도 작업구역이 변경되며 업무량이 늘어 반발이 거세다. 한 환경미화원은 "청소관리구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이 배제됐다"면서 "기존 구역을 맡았던 직원이 변경되자 업무처리가 미숙해 청소 관련 민원이 늘고 인원과 장비마저 부족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시설환경관리지부는 "강남구청은 현장 노동자를 무시하고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탁상행정을 일삼고 있다"면서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16일 강남구청 및 공무원노조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서울시 정기감사에서 기존 8개 구역을 7개 구역으로 조정하라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근속 수당 등 처우 달라지는 점은 노사가 합의로 결정하는 부분인 만큼 구청에서 손 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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