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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로 30만년 걸릴 우주비밀, '누리온'이 90일 만에 풀었다

최종수정 2019.12.02 12:00 기사입력 2019.1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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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서비스 1주년

PC로 30만년 걸릴 우주비밀, '누리온'이 90일 만에 풀었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우주생성 직후인 138억년 전부터 110억년 전까지, 원시 우주의 은하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이를 밝히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실험이 최근 국가 초고성능컴퓨터(이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통해 수행됐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존에 비해 5배 이상 확장해 실험한 결과 태양 질량의 1015배 이상으로 자라날 초거대 은하단의 모체를 4개 이상 기술할 수 있었다. 누리온이 90일 동안 한 이 과제는 슈퍼컴퓨터 4호기인 '타키온'으로는 6년 이상, 일반 PC로는 30만 년이 걸리는 계산이었다. 이 실험을 한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은하의 생성에 우주거대구조의 효과를 처음으로 제대로 반영한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우주 생성의 원리는 물론 반도체, 첨단소재, 의학,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세계적 수준의 우수 연구성과가 나오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실험으로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고 데이터에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다.


◆70억명ㆍ420년 걸리는 계산, 1시간 만에 = 2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140개 기관, 2000여명의 연구자가 150만 건의 계산을 수행했다. 이는 세계 14번째로 빠른 누리온의 연산 속도 때문에 가능했다. 누리온의 속도는 25.7페타플롭스(PF)에 이르고 계산노드는 8437개다. 1페타플롭스(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며 25.7PF는 70억 명이 420년 걸려 마칠 계산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페타가 10의 15승을 의미하므로 25.7PF는 1초에 2.57경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쉽게 설명하면 빛이 1미터를 달려가는 아주 짧은 시간에 8570만 번 연산을 할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슈퍼컴퓨터로 만든 세계적 성과 = 슈퍼컴퓨터는 차세대 반도체와 첨단 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승우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누리온으로 1만7700개 물질을 시뮬레이션 분석해 최종적으로 두 개의 후보물질을 'P형 번도체'용 최적의 소재로 제시했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김영태 서울대 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138개의 폐선암 사례 유전자 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비흡연자 폐암 발생 돌연변이는 10대 이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정호 KAIST 의과대학원 교수팀은 52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얻은 사후 뇌 조직 데이터를 분석해 노화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적 뇌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KISTI는 오는 3일 대전 본원에서 '슈퍼컴데이'를 개최해 이 같은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美ㆍ中이 주도하는 슈퍼컴퓨터 = 다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 수준은 미국, 중국 등과는 아직 격차가 있다. 지난달 발표된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TOP500'에서 1위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서밋'이었다. 서밋의 실측 성능은 148PF로 누리온의 5배 이상이다. 500위 안 슈퍼컴퓨터들을 보면 중국이 228대, 미국은 117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나의 슈퍼컴퓨터는 14위인 누리온을 비롯해 기상청이 보유한 '누리'와 '미리'가 각각 113위와 114위에 올라 3대만 500위 안에 들었다. 슈퍼컴퓨터가 사용되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슈퍼컴퓨터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할 핵심 도구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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