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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인가 노동인가, '꾸밈 노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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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 노조, 꾸밈노동 비용 청구 소송
증거 부족해 패소…소송 계기로 꾸밈노동에 대한 토론 활발

립스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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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샤넬코리아의 전국 백화점 매장 직원들이 몸단장하는 이른바 '꾸밈 노동'도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꾸밈 노동에 대한 비용 청구 소송은 패소했으나, 이 소송을 계기로 꾸밈 노동에 대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근로자가 노동만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 화장하는 등 꾸밈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반면, 근로 환경에 따라 화장은 일부분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또 꾸밈 등 화장의 경우 여성에게만 해당, 결국 각종 평가로 이어지는 현실은 성 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샤넬코리아 노조 측은 "샤넬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그루밍룰에 따르고 있는 만큼 꾸밈 노동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회사 제품을 이용해 빈틈없이 메이크업해야 해 사실상 조기출근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기 출근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최형표)는 7일 샤넬코리아의 전국 백화점 직원 김 모 씨 외 334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16억7500만 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수 백화점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매장의 판매직원들이 9시 이전에 출근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을 하거나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제시된 증거들만으로는 상시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했단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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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30대 여성 직장인 A 씨는 "꾸밈노동을 아예 폐지하거나, 간단한 화장 등을 요구하면 이런 조기 출근 논란도 없어질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꾸밈노동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30대 직장인 여성 B 씨는 "초등학생들도 화장품에 노출됐다"면서 "거의 모든 여성이 최소 피부 색조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이런 현상과 사회적 분위기 등은 여성은 꾸밈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이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한 교복업체가 조사한 '청소년 메이크업 실태 파악'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5,246명 중 7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화장한 경험이 있거나 하고 있는 '유경험자'로 조사됐다. 또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인 51%는 만 13세 이전부터 화장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또 2017년 5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가 전국의 남녀 초·중·고등학생 4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 조사 결과 여자 초등학생 5명 중 1명, 중·고생 4명 중 3명은 색조화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색조화장을 하는 남학생의 비율은 초·중·고등학교 모두 3% 미만이었다.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한 한 여성의 인증 사진. 사용하던 화장품을 모두 폐기했다.사진=트위터@100***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한 한 여성의 인증 사진. 사용하던 화장품을 모두 폐기했다.사진=트위터@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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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한 승무원은 "?유니폼은 기내 환경에 맞지 않고 여성 상품화 이미지로 보인다"며 "승객들의 짐을 올려줄 때 블라우스가 올라가 허릿살이 보이는 등 민망한 경우가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A 씨는 처음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직종의 경우 꾸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사장의 해고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누리꾼은 "화장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내 기준이 아닌 회사 기준으로 화장을 해야 하나"라면서 "카페에서는 관련 업무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파문이 커지자 카페 본사는 공식 사과했다. 본사는 "해당 가맹점주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당사자에게 사과와 함께 보상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안은 가맹점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본사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본사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가맹점주 의무 교육에 성차별 교육과정 등을 신설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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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화장에 대해 일종의 평가를 받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30대 직장인 여성 C 씨는 "하루는 화장하지 않고 출근을 했는데, 돌아오는 소리는 '어디 아프냐'였다"면서 "화장을 안 하면 '아프냐'고 묻고, 화장이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은 확실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D 씨는 "도대체 화장이 업무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화장 여부로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꾸밈 노동에는 사회적으로 성차별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꾸밈노동 논란 자체가)여성 직장인,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의 외모가 일종의 평가 대상이라는 것을 말한다"면서 "특히 여성에 집중된 이런 시각은 성차별이고 결국 부당한 대우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김명숙 노동정책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에게만 외모를 강조하는 것은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성적 대상화'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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