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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은희는 왜 902호 초인종을 누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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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감독 "은희가 가진 근원적 공포와 외로움"
"가족, 학교, 사회 안에서 느끼는 단절감...성수대교라는 물직적 붕괴와 연결돼"

'벌새' 은희는 왜 902호 초인종을 누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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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는 은희(박지후)가 집을 잘못 찾아가는 신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사는 1002호가 아닌 902호 초인종을 누른다. 영화의 첫 인상과 은희가 처한 상황을 가리킨다. 김 감독은 서면 인터뷰에서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면 ‘집에 아무도 없구나’ 또는 ‘엄마가 잠시 나갔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은희가 가진 근원적 공포와 외로움은 사정없이 문을 두드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기이한 행동을 보여주며 이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은희는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10층으로 올라간다. 이내 마주한 엄마 앞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음을 숨긴다. 김 감독은 “은희가 처한 감정과 엄마와의 관계가 동시에 나타난다”며 “은희가 가장 바라고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고 했다. “벌새는 결국 은희가 집이 없는 (상징적인) 상태에서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했다.

은희의 불안한 얼굴은 영화 말미에 희망적으로 바뀐다. 그녀가 한 뼘 성장했음을 가리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한 결과다. 특히 영지(김새벽)를 만나 소통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련의 과정은 깊은 공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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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라는 비극적 참사를 상기시킨다. 시나리오 첫 구상부터 염두에 둔 사건이었다. 그녀는 “당시 한국 사회는 선진국이 되고자 강한 열망을 보였다. 신한국이라는 구호 아래 개발을 가속화했다”며 “그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인간 됨을 잊고 있었는지 각성하게 한 사건이 성수대교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붕괴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 다리를 공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접하며 그것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다르지 않은 인재라고 느껴졌다”고 했다.


은희도 관계의 붕괴를 경험한다. 겨우 마음을 터놓게 된 영지는 사라지고, 후배 유리(설혜인)에게 거절당하며, 오빠 대훈(손상연)에게 다시 맞는다. 절친한 지숙(박서윤)으로부터 “너는 네 생각만 한다”라는 뼈아픈 말도 듣는다. 김 감독은 이 모든 일들이 지나간 뒤 검은 색 자막으로 ‘10월21일’을 삽입한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날이다. 그녀는 “개인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국가적인, 역사적인 일들의 흐름과 결국 연결돼 있음을 구조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은희가 가족, 학교, 사회 안에서 느끼는 단절감이 성수대교라는 물직적 붕괴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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