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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에경연원장 "여름 전기료 누진제 개편, 원가공개부터 선행돼야"

최종수정 2019.06.20 10:50 기사입력 2019.06.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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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원가상승에도 물가 고려해 억제

과거에도 추경 편성…결국 국민 부담으로

에너지 취약계층엔 복지로 접근해야

전기 소비자에 선택권 줘야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언제까지 지금처럼 원가보다 낮은 전기를 공급받아 소비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따르는 비용 분담 이야기를 꺼내면 당장은 표를 잃을 수 있어 어렵겠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잖아요. 저탄소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부가 국민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됩니다."


지난 11일 서울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난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현 정부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주저하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이다.


조 원장은 "에너지 전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사회 전반을 바꾸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 소비 감축 등 국민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분명히 알리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가 국민에게) 좋은 것만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제 비용 분담 혹은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 솔직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진제 개편 논의, 원가 공개부터"= 조 원장은 현재 개편을 추진 중인 전기요금 누진제의 경우 "원가 공개 등 전기요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선행돼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현재 누진제 개편은 이달 말, 원가 공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실시될 예정이다. 누진제 개편과 원가 공개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100가지 정보로 판단하는 것과 20~30가지로 판단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우선 전기요금 원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보여줘야 했다"며 "판단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겠지만 (공개 가능한 최대한의) 정보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구성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8일 여름철인 7~8월에만 누진 구간을 확대해 전기요금을 할인하는 1안을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에 최종적으로 권고했다. 지난해와 같은 폭염을 가정하면 1629만가구가 1만142원씩 총 2874억원을 할인받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조 원장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원가 상승 요인이 있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결국 그 부담은 국민 몫(세금)으로 돌아왔다. 실제 정부는 2008년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총 1조8640억원을 에너지 공기업에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당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으나 물가 및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인상을 억제했고, 요금 동결에 따른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분 일부 보전을 위해 추경을 집행한 것이다. 조 원장은 "차라리 소비자들로 하여금 비싸면 적게 쓰고 싸면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전체적인 전기요금 인하가 아닌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 소득 대비 전기요금 지출 비중은 0.94%로 일본(1.97%)과 덴마크(1.91%), 독일(1.67%), 프랑스(1.31%)보다 낮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요금 지출 비중은 소득이 많을수록 작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전기요금 지출 비중은 같은 해 기준 평균 1.46%인데 소득 1분위(최하위 20%)에서는 4.74%, 5분위(최상위 20%)에서는 0.93%다. 그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혹시라도 필요한 만큼 전기를 못 쓸까 봐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이 탓에 덩달아 소득이 많은 사람도 이 혜택을 보고 있고, 소득 역진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원가를 반영해 현실화(인상)되면 생길 수 있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는 에너지 바우처 등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전기요금 선택권 줘야"= 그는 최근 미세먼지 심화 등에 따라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다양한 전기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2602명 중 48.6%는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전기료 인상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라고 답했다. 인상 수준에 대한 고려가 없는 답변이긴 하지만 절반 가까이는 '전기료 추가 부담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이제는 우리가 부담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택권을 주면서 (전기요금 구조를) 바꿔가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는 된 것 같다"며 "이를 위해선 한전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업자들이 전기를 판매ㆍ공급하도록 개방해 자유롭게 경쟁하고 소비자들은 계절ㆍ시간별 그리고 석탄ㆍ원전ㆍ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 전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재생에너지발전 비중 확대에 따라 전기료가 비싼 미국의 캘리포니아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2015년 전기요금 개편과 함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등 홍보에 많은 힘을 쏟았다. 조 원장은 "TF를 구성해 캘리포니아가 재생에너지발전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면서 비싼 전기요금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득하고 있는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우리도 전기 판매시장 개방과 소비자 선택권 부여 등 전기 판매의 구조적 틀을 바꿔야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이번 정권을 넘어 '롱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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