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생각나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텃밭에 심어 놓은 무를 뽑았다. 무청은 말려 시래기를 만들어 겨울내내 맛있는 시래기 요리를 만든다. 무는 봄까지 맛있게 먹겠다는 의지로 땅을 파고 항아리를 묻고 그 항아리 속에 무를 넣어 두었다. 마트에 나가면 흔한 것이 무인데 뭘 그렇게까지 애를 쓰나 하겠지만 가을철 무는 봄, 여름에 맛보았던 무와는 클라스~가 다르다.
땅속에 묻은 무는 겨울을 지내고 땅이 녹는 봄에 개봉예정이고 남은 무는 싹이 나지 않도록 서늘한 곳에 항아리를 두고 무를 넣어 두었다. 동치미를 시작으로 곧 김장도 하고 장아찌도 담고 남은 무는 무말랭이를 만든다.
이렇게 다양한 무요리가 있지만 가을이면 꼭 생각나는 무요리는 따로 있다. 이미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무나물이다. 할머니는 손자손녀 부자로 올망졸망한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늘상 할머니집에 모였다. 가스렌지도 없던 시절, 가마솥에는 밥이 끓고 작은 곤로에는 무나물이 국물에 자박자박하게 볶아졌다. 밥상위에 오른 것은 밥에 김치, 무나물이 전부였다. 서두르지 않으면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내 차례까지 돌아 오지 않으니 무나물을 먹기 위해 밥상에서는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할머니의 무나물은 들기름에 부드럽게 볶아져 국물이 자박자박할 때 집간장으로 간을 하고 깨소금을 솔솔 뿌린 것이 전부였지만 그 부드러운 맛과 무의 달큰한 맛은 지금도 생각이 난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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