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 X, 촬영중인 거 안보여"…"촬영이 벼슬이냐"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아 X, 촬영 중인 거 안 보이나…빨리 조용히 안 시켜?”
얼마 전 서울 여의도 한 공원에서 A씨가 드라마 촬영 스태프에게서 들은 말이다. A씨가 공원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던 중 늦게 온 한 촬영 스태프로부터 “화면에 잡히니 비켜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 A씨는 “먼저 와 운동 중이던 사람들을 내쫓듯 비키라고 하는 건 무례하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며 “실랑이가 벌어지던 중 감독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내가 들으라는 듯 조용히 시키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공익을 위한 촬영도 아니고, 상업 드라마 촬영을 하는데 시민들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냐”며 “촬영이 벼슬이냐”고 분노했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 예능 등 방송 촬영이 길거리, 공원, 아파트 단지 등 시민들이 평소 지나다니는 곳에서 이뤄지면서 이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MBC 드라마 ‘시간’ 제작진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불법주차를 해 편의점 앞 도로와 버스정거장까지 점거했고, 제작진들이 먹고 마신 음식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나온 것이다. 제작진 측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 사건이 발단이 돼 촬영 스태프들의 도가 넘어선 민폐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정해지면, 지역 영상위원회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허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통보하는 수준이라 주민들은 영문을 모른 채 피해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사실 시민들의 주거지에서 이뤄지는 촬영은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서울에 사는 B씨는 아파트 차원에서 ‘영화 촬영이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공고가 붙었지만 주민들과 협의된 사항은 아니었다고 했다. B씨는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촬영이 이어졌고, 외출까지 자제해달라는 요구도 받아야 했다”며 “사실 내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협조해줘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드라마 도로 길거리 촬영에 대한 단속 좀 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자는 “도로나 아파트 단지, 관광지에 촬영 일정이 생기면 인근 주민이나 동사무소 등에 허가도 안 받고 촬영을 진행한다”며 “사람들에게 소리 지르고 욕하고 ‘지나가지 마라’고 하는데,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듯 심한 경우엔 밀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광 차 수목원에 갔는데 돈을 내고 입장을 하니 드라마 촬영 중이라며 일부를 막아 구경도 못하고 나와야 했다”며 “시민들이 촬영하는 걸 배려해주는 것인데, (제작진들이) 권위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반말과 욕을 들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당시 20살이었다던 C씨는 “촬영 현장 옆을 지나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던 상황이었는데, 한 스태프가 다가와 핸드폰을 툭 치며 ‘야 찍지 말라고’라고 하더라”며 “화가 났지만 남자 스태프가 너무 공격적으로 말 해 따지지도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작진과 주민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촬영 이전에 충분한 양해를 구하고,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장치가 미비한 상태다. 한국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을 공식적으로 허가하고 촬영이 합당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게다가 관할 구청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이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의 신고나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