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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혼 포기하니 행복해요”…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2030

최종수정 2018.08.28 16:18 기사입력 2018.08.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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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 대리(30)는 최근 내 집 마련과 결혼을 포기한 뒤 더욱 행복해졌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적금, 펀드, 주택청약 등 무조건적인 저축과 절약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집과 결혼을 포기하고 난 후에는 취미생활도 시작하고, 자신을 위한 소비도 아끼지 않아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
이 대리는 “직장생활 3년 반 동안 부모님 용돈과 교통비, 통신비, 식비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저금에만 주력했다”며 “그렇게 모은 돈이 외제차 한 대 값 정도였는데 문득 결혼자금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까지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며 “그때부터 집과 결혼 모두 포기하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연애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의 등장으로 취미생활이나 인간관계 등 비경제적 부분을 위해 경제적인 부분만 포기하는 이 대리와 같은 인구가 점차 느는 추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1인 청년(20~30대)가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집세를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 꼽았다. 이들은 현재 주거비가 향후 내 집 마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청년들은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웨딩 컨실팅업체 듀오웨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평균 결혼비용은 2억3000여만원. 이 중 주택자금인 1억6700만원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결혼비용만 6200만원 이상이다. 사실 결혼적령기라 불리는 초혼 연령은 남성 32.94세, 여성 30.24세로,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이른바 ‘금수저’가 아니라면 자립으로 주택자금과 결혼자금 마련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때문에 집과 결혼 등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저축과 절약을 하기보다는 이를 일찍이 포기하고 현재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세대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최근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취미를 즐기는 2030세대도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마켓 옥션에 따르면 올해 5월 한 달 동안 공예, 미술, 음악 등 취미용품 구매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고, 특히 문화센터나 원데이클래스 등 각종 강좌 관련 상품 판매는 767%나 껑충 뛰었다. 육아 분야를 제외한 취미 특강을 접수한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 고객이다.

내 집 마련과 결혼을 포기했다는 또 다른 직장인 정모 사원(27)은 “결혼과 주택 등의 굴레에서 벗어나니 노후도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 돼 보험, 실버타운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후생활자금 준비 방법으로 보험을 가장 많이 꼽았고, 젊은 세대일수록 실버타운, 양로원 등 노인전용공간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사회 현상은 암울한 현 시대를 반영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비혼가구, 1인가구 등의 증가는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난 30년 간 주택가격변동과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택가격지수가 1%p 증가하면 출산율은 0.072명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집값 상승은 출산율을 낮추는 부정적인 요인인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으로 경기를 호(好)경기와 불(不)경기로 나눴을 때, 호경기에는 주택가격지수 1% p 증가에 출산율이 0.087명, 불경기에는 0.062명 떨어졌다. 경기의 호·불호에 상관없이 집값이 오르면 출산율은 떨어지고, 집값 오름폭이 훨씬 큰 호경기일수록 출산율이 주택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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