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 50% 못미치는 로스쿨...사시 닮아가는 변시

일부 지방로스쿨 합격률 20%대... "반복 탈락자로 인한 착시현상" 반론도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올해 변호사 시험 전체 합격률이 50% 아래로 떨어지고 일부 로스쿨들의 합격률이 20~30%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로스쿨 구조조정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지난 20일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한 법무부는 일요일인 22일 오후에는 지난 7년 동안의 전국 25개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누적합격률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에서는 전체 응시생 3240명 가운데 절반에 못미치는 1599명만이 합격했다. 합격률만 따지면 49%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제1회 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2년 87.15%를 기록한 이후 매년 떨어졌다. 제3회 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4년에 이미 60%대로 떨어졌고 제5회 시험에서는 50%대로 떨어졌다.

합격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올해 변시에서 원광대 로스쿨 같은 곳은 응시생(134명) 가운데 33명만 시험을 통과해 24.63%라는 낮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전북대(27.43%)와 제주대(28.41%), 동아대(30.18%)와 충북대(31.62%) 등 지방대 로스쿨이 낮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특히 원광대는 지난 해 변호사시험에서 115명의 응시자 가운데 겨우 23명만 합격해 20%의 합격율을 기록하는 등 연이어 역대 최저합격률을 기록했다.

2~30%의 합격률은 과거 사법시험 제도 시절 2차 시험 합격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시낭인’들을 없애고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제도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를 무색케하는 수치다.

당장 대한변호사협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전국적으로 난립해 있는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 균등한 교육제공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입학정원 축소를 통해 불합격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합격률이 낮아 보이는 것은 반복 탈락자들로 인해 생긴 착시현상으로 누적합격률(누적 합격자수÷누적 졸업자수×100)을 보면 평균 80%가 넘는 만큼 아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로스쿨 졸업자 2000명 가운데 1600여명만 합격하기 때문에 매년 400명의 탈락자가 생기는데, 이들에게 최대 5회까지 기회를 주는 만큼 응시자 수가 5년간 누적되면서 합격률이 낮아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까지 누적합격률을 살펴보면 모두 1만3097명의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1만884명이 변시에 합격해 83.10%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원광대(62.6%)와 제주대(67.52%) 전북대(69.62%) 등이 70%에 못미치는 합격률을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로스쿨은 당초 제도 설계대로 70%가 넘는 합격률을 기록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누적 합격률이 80%를 넘는 만큼 로스쿨 제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이르다”면서도 “합격률이 70%에 못미치는 일부 로스쿨에 대해서는 정원 조정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라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