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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자연 와인, 유기농 와인, 생물기능농법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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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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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용 포도에 농약을 친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포도를 재배하는 데는 농약과 비료가 필요하다. 최초의 농약은 포도 농사에서 비롯됐다. 1800년대 중반 '흰가루병'이 프랑스의 포도밭을 강타했다. 영국과 미국 사이에 식물 샘플이 오가다 퍼지기 시작했고 1852년 프랑스에 나타나 포도밭의 80%를 오염시켰다. 이 흰가루병의 방제에 사용된 석회유황합제(1852년)를 현대적인 개념으로 최초의 농약으로 보고 있다. 그 후 '노균병'이 유행할 때는 황산구리와 생석회를 혼합한 '보르도액(Bordeaux mixtureㆍ1883년)'을 사용해 효과를 봤다. 보르도액은 현재도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농약을 '나쁜 것'으로 알고, 이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농산물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약이 없다면 지구상의 인구 70억명은 대부분 굶어 죽는다. 농약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약을 한 번도 안 먹고 지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농약이나 비료는 인류를 기아선상에서 구제한 고마운 발명품이다. 단 적절한 시기에 적당량을 사용하는 슬기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요즘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포도 농사를 지어 일체의 첨가물 없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라에 따라 규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포도를 재배해 만든 와인을 '자연와인(Natural wine)' '유기농와인(Organic wine)' '생물기능농법와인(Biodynamic wine)' 등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이 생물기능농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기보다는 점성술에 가까운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 방법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1924년에 기술한 포괄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에 유기농법을 포함시킨 것이다. 기본적인 개념을 보면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주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생물기능농법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식목은 일 년 중 특정한 날에 하고, 가지치기는 무슨 별이 어디에 있을 때 하고, 수확도 달이나 별의 위치에 따라 언제 하고, 보름달이 떴을 때는 불길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든다.

우리나라는 훤한 보름달이 뜰 때를 정월대보름, 추석 등 축제로 정할 정도로 좋아하지만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드라큘라가 관 뚜껑을 열고 나타나고 멀리서 늑대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상상하며 불길하게 생각한다. 귀신이 유럽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신이 주로 깜깜한 그믐에 나타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서양인들은 전통적으로 보름달이 뜰 때 불면증, 광기,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마법적인 현상 등이 나타난다고 믿는다. 달을 뜻하는 '루나(Lunar)'에서 나온 단어 '루나시(Lunacy)'나 '루나틱(Lunatic)' 모두 광기나 정신이상을 뜻한다.
와인 애호가들이 신봉하는 이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이라는 용어를 '생체역학'이라고 번역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체역학이란 역학의 원리를 생체에 적용하는 신체 운동에 관한 학문으로 '바이오메카닉스(Biomechanics)'라고 한다. 오래전 텔레비전에 나온 '600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의 경우가 생체역학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 생물의 기능을 이용하는 방법이니 생물기능농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사이언스(Science)'지를 비롯한 여러 곳의 연구 결과를 보면 생물기능농법은 생산량이 적지만 품질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포도의 경우 처음 6년 정도는 차이가 없지만 타닌, 안토시아닌 등 함량이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생물의 다양성, 토양 비옥도, 작물 영양, 잡초, 해충과 질병 등 관리에서도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생물기능농법 자체보다는 생물기능농법을 신봉하는 와인 제조업자들의 높은 장인 정신과 세밀한 관심으로 품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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