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국감, 기업배싱]호통에 면박 vs 7시간 대기에 7초 답변…'스노비즘'이 적폐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기업체 대관담당자들이 국회 국정감사장 복도에 쌓인 국정감사 자료집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기업체 대관담당자들이 국회 국정감사장 복도에 쌓인 국정감사 자료집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감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부담은 예년보다 크다. 재계는 이번 국감에서 '총수 증인채택'이 줄어들긴 했지만 '묻지마 증인채택'이 여전한 데다 호통과 면박주기, 막무가내 신문이 예상돼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감 시즌마다 기업인 소환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17대 국회는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으로 늘어났다. 20대 국회 첫 해인 지난해는 120여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주요 상임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출석이 예정된 기업인은 어림잡아 60여명에 이른다. 추가 증인채택까지 포함하면 작년 수준(기업인 포함 120여명) 또는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만 200여명이 넘는 역대급 규모다. 대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기업인을 가장 많이 부르는 5대 상임위로는 정무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기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꼽힌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가 피감기관이어서 대기업과 증권사,금융사 등의 현안이 다뤄진다. 애초 주요 기업 총수등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여야 합의로 그 대상과 폭이 좁혀진 상태다. 그럼에도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대표,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이해욱 대림코퍼레이션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출석한다. 국감에서는 주로 지배구조와 가격담합, 일감몰아주기,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행위인 이른바 '갑질'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갈 전망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디미트리트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손영기 GS E&R 부회장 등이 불려나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나와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에서는 김연철 한화 대표(기계부문)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로 출석한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독주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서 정책감사가 돼야 하지만 매번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과 행정 통제 기능으로 정착되고 있는가를 두고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는 피감기관에 대한 무리한 자료요구와 증인출석 요구, 국감진행 과정에서 여야간의 정쟁(政爭)과 파행 등으로 얼룩지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피감기관이 아님에도 국감 노이로제에 걸린 것은 국정감사가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로 변질되고 무리한 증인채택과 호통과 면박주기와같은 인신공격 등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관담당자는 "국감의 증인요구와 신문행태를 보면 기업인을 포함한 일반증인을 무더기로 출석 시킨 후 한마디의 신문도 없이 돌려보낸 증인이 상당수 있었다"면서 "서면으로 물어봐도 되고 오히려 실무진이 출석해 소상하게 설명하는 것이 나음에도 무조건 총수, 대표이사부터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고착화된 듯하다"고 말했다.

기업 대표가 나왔다고 해도 할 일 없이 기다리다 해명이나 설명대신 예나 아니오라는 답변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12시간 기다리다 30초 답변하다 돌아가거나 6시간 56분 대기하다가 7초간 답변한 기업 대표도 있다. 2015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 대관 담당자는 "편법적인 정치자금 동원 수단이었던 출판기념회가 사라진 대신 기업 증인 채택과 빼주기를 대가로 편의나 잇속을 챙기는 의원실도 있다"고 전했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지난해 20대 국회 첫 국감을 지켜본 뒤 "기업인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대거 채택해 비인간적으로 윽박지르고 혼내는 국회의 행태는 정치인들이 기업인 앞에서 폼을 잡고 싶어 하는 스노비즘(snobbism)의 모습일 뿐이다"면서 "정책 대안 제시 없이 행정부 깎아 내리기와 흠집 내기만 있는 국정감사라면 국정감사의 존재의 이유(raison d'etre) 조차도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먈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1500명? 2000명?"…의대 증원 수험생 유불리에도 영향

    #국내이슈

  •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