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재계에 따르면 국감 시즌마다 기업인 소환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17대 국회는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으로 늘어났다. 20대 국회 첫 해인 지난해는 120여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주요 상임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출석이 예정된 기업인은 어림잡아 60여명에 이른다. 추가 증인채택까지 포함하면 작년 수준(기업인 포함 120여명) 또는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만 200여명이 넘는 역대급 규모다. 대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기업인을 가장 많이 부르는 5대 상임위로는 정무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기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꼽힌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디미트리트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손영기 GS E&R 부회장 등이 불려나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나와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에서는 김연철 한화 대표(기계부문)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로 출석한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독주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서 정책감사가 돼야 하지만 매번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과 행정 통제 기능으로 정착되고 있는가를 두고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는 피감기관에 대한 무리한 자료요구와 증인출석 요구, 국감진행 과정에서 여야간의 정쟁(政爭)과 파행 등으로 얼룩지기 때문이다.
기업 대표가 나왔다고 해도 할 일 없이 기다리다 해명이나 설명대신 예나 아니오라는 답변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12시간 기다리다 30초 답변하다 돌아가거나 6시간 56분 대기하다가 7초간 답변한 기업 대표도 있다. 2015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 대관 담당자는 "편법적인 정치자금 동원 수단이었던 출판기념회가 사라진 대신 기업 증인 채택과 빼주기를 대가로 편의나 잇속을 챙기는 의원실도 있다"고 전했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지난해 20대 국회 첫 국감을 지켜본 뒤 "기업인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대거 채택해 비인간적으로 윽박지르고 혼내는 국회의 행태는 정치인들이 기업인 앞에서 폼을 잡고 싶어 하는 스노비즘(snobbism)의 모습일 뿐이다"면서 "정책 대안 제시 없이 행정부 깎아 내리기와 흠집 내기만 있는 국정감사라면 국정감사의 존재의 이유(raison d'etre) 조차도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먈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3년간 햇반·라면 먹고 종일 게임만…불안 심해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