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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귀닫은 官治①]골목상권의 반격…자영업자 "누구를 위한 골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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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제 5년…'소비만 증발'
규제 무용론 확산 속 주말·평일 놓고 충돌한 소상공인단체들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 "심도있는 연구 필요"


의무휴업을 알리는 한 대형마트.<자료사진>

의무휴업을 알리는 한 대형마트.<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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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대형마트가 주말에 쉬면 매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신통치 않네요. 마트 쉬는 날에는 사람들이 외출을 안하고 소비를 안하는 것 같아요. 마트 의무휴업 시행전보다 오히려 매출이 5%가량은 줄었습니다." 홍제동에서 개인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7)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실효성에 대해 이 같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의무휴업제를 찬성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만큼 다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아 한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말 휴업의 평일 변경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제기동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0)씨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처음 시행됐을 때 매출이 늘기는 했지만, 갈수록 효과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매출이 줄면서 자영업자들에게 무슨 혜택이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평일로 의무휴무일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 효과' 논란이 뜨겁다. 2012년 정부가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을 두는 등 정책을 펼쳤지만 5년이 흐른 지금 그 누구도 혜택을 본 이가 없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한산한 서울시내의 한 전통시장 골목(사진=아시아경제DB)

▲한산한 서울시내의 한 전통시장 골목(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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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규제를 위한 규제'로만 남아 있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의무휴업제'의 수혜자로 거론된 중소자영업자들이 정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더욱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5년 전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대형마트의 월 2회 '주말 의무휴무제' 도입을 주도했던 소상공인단체들이 최근에 평일로 의무휴무일을 바꾸자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규제에 대한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실효성 논란이 뜨거운데 실패한 정책이라는 실증적 자료는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일 평균 매출은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3년 4648만원으로 하락했다가 2014년 4672만원, 2015년 4812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현행 유통산업 규제효과에 관한 다수의 연구결과물도 전통시장 매출증가 효과는 미미한 반면, 소비자·농민·납품업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경제재도약 포럼에서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 규제가 주변 점포 및 상권에 미치는 영향과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무휴업제도 시행 이후 전통시장과 개인슈퍼마켓의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 결국 소비 둔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트 이용 고객은 마트를 이용하면서 주변 소상공인 점포도 동시에 이용하는데, 의무휴일로 주말에 마트 이용고객이 다른 점포를 이용하는 기회까지 잃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면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마트가 주변 상권과 협력해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의 유통산업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중소상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상생을 위한 지원을 확대 및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국 배재대학교 교수는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통정책은 실패한 유통정책"이라면서 "유통산업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이 없어지고 상생을 통해 동반성장이 가능하려면 대형유통뿐 아니라 중소유통 모두가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 규제를 둘러싸고 소상공인단체들까지 충돌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의무휴업을 주중으로 옮기자는 의견을 놓고 엇갈리고 있는 것.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대형마트 일요일 휴무제가 평일 휴무제로 시행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 단체의 한 관계자는 "휴일 의무휴업제 시행 후 지금까지 5년 동안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시켰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소상공인단체들은 또 현재 의무휴무제를 평일로 전환한 전국 26개 지방자치단체들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주중 의무휴무제로 전환한 지역의 경우 지역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등과 밝힌 '주말 의무휴업일제의 주중 변경 검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당시 체인스토어협회 측의 제안을 받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로부터 단순히 대기업과 상생협력을 하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의무휴업일제의 주중 변경 검토가 논의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뮤휴업제를 놓고 소상공인들의 의견 마저 엇갈리는 상황이 오면서 전통시장뿐 아니라 마트와 소비자까지 고려한 상생방안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영업이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 쇼핑채널 다변화 등 5년 전과 다른 쇼핑환경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게 이 규제의 문제점"이라며 "현재의 소비자 패턴을 분석하고 앞으로 소비행태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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