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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수면 중 뇌파 조절…학습능력 2배?

최종수정 2020.02.04 17:37 기사입력 2017.07.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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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 생쥐 이용해 실험

▲수면 중 나오는 뇌파를 조절하면 학습 기억력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제공=IBS]

▲수면 중 나오는 뇌파를 조절하면 학습 기억력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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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수면 중 나오는 뇌파를 조절하면 학습 기억력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을까요. 국내 연구팀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 관심을 모읍니다. 연구팀은 수면 중에만 나타나는 세 가지 종류의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 상태를 이루면 학습한 내용의 장기 기억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어서 이를 인간에게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뇌의 해마 부위에서 담당하는 장기 기억은 수면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학습 후 잠을 자는 동안 학습에 대한 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숙면을 돕는 수면방추파라는 뇌파가 기억 형성에 관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수면방추파와 장기기억 간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연구팀은 수면방추파 외에 대뇌피질의 서파(Slow oscillation)와 해마(Hippocampus)의 SWR파(Sharp Wave Ripples)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파로 알려져 있는 것에 착안했습니다. 이 세 가지 뇌파가 상호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빛을 받으면 나트륨 이온 채널을 여는 채널로돕신을 생쥐 간뇌의 시상 신경세포에 발현시켰습니다. 생쥐 머리에 꽂은 광케이블을 통해 빛으로 수면방추파 발생을 유도하는 광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특정 공간에서 30초 동안 특정 소리를 들려주다가 마지막 2초 동안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전기충격에 대한 공포 기억을 심었습니다.

이후 생쥐가 잠을 자는 동안 A 생쥐에게는 대뇌 피질의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춰 광유전학 자극으로 수면방추파를 유도했습니다. B 생쥐에게는 서파 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다른 시점에 수면방추파를, C 생쥐에게는 수면방추파를 유도하지 않았습니다.
24시간이 지난 뒤 이 세 종류의 생쥐를 두 가지 상황에 각각 배치시켰습니다. 하루 전 공포를 느꼈던 똑같은 공간에 소리 자극은 없는 상황(㉠공간)과 전날과 전혀 다른 공간에 소리는 들리는 상황(㉡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간은 환경·맥락적 정보입니다. 반면 특정 소리는 전기충격과 직결되는 청각적 자극입니다. 뇌의 해마는 여러 환경적 요소를 기억할 수 있는 장기기억을 관합니다. 똑같은 공간에 다시 들어간 생쥐가 얼어붙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이 장소에서 고통을 느꼈었다'는 기억을 해마를 통해 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전혀 다른 공간인데 특정 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바짝 어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해마가 아닌 감각적 자극을 통한 기억을 뜻합니다.

이어 공포를 느낄 때 바짝 얼게 되는 생쥐의 특별한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소리가 없는 ㉠공간에 처한 세 종류의 생쥐 중에서 A 생쥐가 얼어붙는 행동을 긴 시간 강하게 보였습니다. 다른 생쥐보다 공포에 대한 기억을 2배 가까이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공간에 처한 A,B,C 생쥐들은 공포 기억을 떠올리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실험 결과 ㉠공간이 해마에 의존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대뇌 피질의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춰 빛을 통해 수면방추파를 유도한 자극이 해마의 장기기억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세 종류 뇌파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결과 대뇌 피질의 서파가 나타나는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하면 해마의 SWR파가 동원돼 결국 이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는 장기 기억의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종류의 뇌파 간 구체적 상호작용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이 이번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뉴런(Neuron) 7월6일자(논문명:Thalamic Spindles promote Memory Formation during Sleep through Triple Phase-locking of Cortical, Thalamic and Hippocampal Rhythms)에 실렸습니다.

신희섭 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뇌에 광유전학 케이블을 삽입해 뇌파를 조정한 결과"라며 "비침습적 방법으로 인간의 뇌파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언젠가 학습기억 증진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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