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결정문(2016헌나1)의 주문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쓴 89쪽 분량의 이 결정문에 대한 ‘갠소(개인소장)’ 열풍이 불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유모(33)씨는 인터넷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내려 받아 소장하고 있다. 유씨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 결정문을 소리 내 읽고 필사하면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1987년 6월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을 결정한 첫 번째 케이스여서 의미가 있는 결정문”이라며 “결정문을 읽으면서 ‘완벽한 논리구조를 갖춘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자극 받아 변호사시험 준비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내용이 담긴 헌재 결정문을 개인소장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 주문을 읽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탄핵 결정문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정문은 헌재 홈페이지나 언론사 홈페이지, 개인 블로그 등에서 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또 인터넷서점인 알라딘은 선고일 오후 6시부터 결정문을 무료 전자책(e-북)으로 출시해 배포하고 있다. 14일 알라딘에 따르면 헌재 결정문을 e-북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한 지 나흘만인 지난 13일까지 다운로드 수가 4만여건에 달한다.
헌재 결정문은 알라딘에서 3월 2주 주간 e-북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역시 무료로 배포 중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제목의 대한민국헌법 전문이 차지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이번 탄핵정국에서 법치주의와 헌법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면서 헌재의 탄핵 결정문과 우리나라 헌법을 직접 읽어보려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문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알라딘 홈페이지에 있는 헌재 결정문 e-북 리뷰란에는 “소장가치 100%”, “전 국민이 TV로 봤겠지만 전문 한 글자 한 글자를 짚어 봐야한다. 올해 최고의 책일 듯”, “눈물이 나는 정말 감동적인 글이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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