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오는 27일 15주년
자산 5000만원→5兆대 성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2000년 초, 몸담고 있던 대우자동차의 워크아웃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됐다. 2년 뒤 동병상련을 겪던 후배 5명과 5000만원을 들고 작은 회사를 차렸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자산 5조원대의 굴지의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15년 만에 회사 자산을 10만배 키운 셈이다.
창립 15주년을 닷새 앞둔 22일,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혈액암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의 판매 허가를 받아냈다.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중 EMA 승인을 받은 약은 트룩시마가 처음이다. 최근까지 기술력 자체를 의심받던 벤처기업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도 쉽게 엄두 내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쾌거는 2014년 6월 셀트리온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한 데 이은 낭보다. 당시 셀트리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약품시장인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로는 처음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어 세계 1위 의약품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으며 바이오시밀러 분야 선두업체로서 입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다 개발에 뛰어든 지 7년 만인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국내 허가를 따내며 성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했고, 관계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램시마를 매입한 것을 두고 '허위 매출' 논란이 일면서 회사가 풍전등화 위기에 처했다. 2013년에는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이어졌다.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수 없는 악재를 견뎠고, 마침내 세계가 주목할 바이오 성과물을 거푸 내놓으며 안정을 찾았다. 서 회장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우그룹 해체 후 후배들과 할 거 없어서 시작했고, 그 후 망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는 우리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정진해나가겠다."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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