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등 논란으로 소치 올림픽 뒤 빙상연맹 부회장 사퇴
지난달 복귀, 올림픽 준비에 총력 "앞만 보고 가야할 때"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54)의 말투는 결연했다. 그는 "제가 현장에 복귀함으로써 대한빙상경기연맹이나 저를 향한 비판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아까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9~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경기장 시설을 꼼꼼히 확인하고, 대표 선수들의 동정을 살폈다. 남자 팀추월 경기(10일)를 하다가 넘어져 정강이를 다친 이승훈(29·대한항공)의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병원에 머물다가 자정이 넘어 숙소로 돌아갔다.
그는 "우리 빙상의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 평창올림픽 때까지 해결할 과제가 상당하다"고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64·독일)은 지난 6일 스위스 로잔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2)을 만나 "평창올림픽이 성공하려면 개최국 성적이 제일 중요하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평창에서 금메달 여덟 개 이상, 종합순위 4위를 목표로 한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딴 금메달 스물여섯 개(쇼트트랙 21개·스피드 4개·피겨 1개)는 모두 빙상에서 나왔다.
그가 물러난 뒤에도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문체부가 빙상연맹을 감사했다. "전 부회장이 한체대 빙상장을 관리하면서 웃돈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56)까지 나섰지만 감사 결과 어떠한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다. 전 부회장을 둘러싼 파벌 논란도 있었다. "그의 제자인 안현수(32·빅토르 안)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는 전 부회장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전 부회장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안현수는 지금도 한국에 오면 전 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훈련하는 등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전명규 흔들기'는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하려 한 최순실 일가의 음모였으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빙상계의 한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부조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비리세력이)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 부회장은 3년 동안 이 일에 대해 침묵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말을 아낀다. 그러면서도 "많은 메달을 따고 나라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 지도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받은 훈장을 볼 때면 무엇을 위해 열정을 쏟았는지 허무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래도 빙상에 대한 걱정과 애국심은 시들지 않았다. 오는 19~26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 본부임원으로 간다. 그는 "우리나라 단복을 입고, 떳떳하게 선수단과 호흡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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