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선지 안갯속 후보검증 본격화
민주당 “檢 수사 나서야” 견제구
친박·비박은 잇단 러브콜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별명은 '기름장어'다. 흠 잡힐 데 없는 매끄럽고 깔끔한 일 처리로 좀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하지만 조용한 성품의 반 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에선 '기대 반, 걱정 반'의 목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왔다. "평생 직업 외교관으로 일하고 외국에 오래 머물던 반 총장이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우려였다. 야권은 물론 같은 여권 후보 간 상호 검증에서 반 총장이 손쉽게 고꾸라질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런 반 총장에 대한 대선주자 검증 작업이 궤도에 올랐다. 지난주 한 시사주간지의 23만달러(약 2억7577만원) 수수설 제기로 불거진 '검증 전쟁'은 향후 대선 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 주간지는 반 총장이 2005,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도했다. 박 회장은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이 보도에 반 총장과 박 회장 측은 "악의적인 보도"라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불행을 방지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의 성격이 강하다.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극비리에 회동하면서 일각에선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여권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밀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일했던 행적을 놓고는, 지나치게 권력 친화적이란 비판도 튀어나왔다.
반면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선 반 총장의 내년 초 귀국을 앞두고 치열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친박(친박근혜)ㆍ비박(비박근혜) 간의 반 총장 쟁탈전이다. 새누리당은 충북도지사 출신의 정우택 원내대표와 충북 보은 출신의 이현재 정책위의장, 충남 당진 출신의 인명진 비대위원장 내정자 체제를 갖추고 반 총장 영입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박계 개혁보수신당의 유승민 의원도 전날 "(반 총장이 귀국하면) 100% 신당으로 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반 총장의 신당 합류를 요청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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