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할머니가 지푸라기로 문질러가며 어렵게 설거지를 하시던 놋그릇들이 바로 유기인데, 사기그릇이나 유리그릇, 스테인리스 식기들이 일반화되면서 놋그릇은 우리 밥상에서 점점 사라져버렸다.
고려시대에는 각종 생활용기가 놋쇠(유기)로 만들어졌고 식기로서도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초기부터 국가에서 동을 채굴하여 유기의 생산을 장려하여 [경국대전]의 공조(工曹)편을 보면, 유기를 전담하여 놋그릇을 생산하는 유장(鍮匠)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놋점 또는 놋전이라고 불리는 유기점에서 놋그릇을 판매하다 한국전쟁 이후 연탄이 사용되면서 연탄가스에 변질되기 쉬운 놋쇠의 성질 때문에 차츰 없어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유기는 음식물이 닿으면 푸른 녹청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라 이를 깨끗하게 닦는 것은 옛날 여인들의 일과이자 풍속이었다. 옛날에는 짚으로 닦거나 암키와를 곱게 빻은 것을 수세미에 묻혀 윤이 반질반질하게 날 때까지 닦았는데, 지금은 녹색 거친 수세미로 닦으면 깨끗하게 닦아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유기의 가격도 비싸고 사용과 관리가 어려워 일반 가정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한정식 집 등의 음식점에서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유기들이 만들어지니 한식 외에도 여러 나라 음식들에 매칭하면 색다른 연출이 가능할 듯하다.
글 = 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 = 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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