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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검찰인가, ‘혐의 설거지’에 장단 맞출 우려

최종수정 2016.10.30 12:23 기사입력 2016.10.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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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정농단 의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의 수사 대응 태도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급물살을 탄 전개 속도에 검찰 수사가 핵심 관계자들의 ‘혐의 씻기’로 흐를지 우려되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30일 오전 7시35분 런던발 브리티시에어웨이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지난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 사표 제출을 지시하자 이튿날 곧장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착수한 지 하루만이다.
최씨가 지난달 초 한국을 떠나 자취를 감추거나, 태블릿PC의 존재가 드러나며 대국민 사과로 선회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선을 긋던 태도에 비춰 가히 전격적이다.

지난달 말 시민단체 고발장 접수 이후 사실상 첫 소환자로 미르·K스포츠 두 재단 설립 업무를 주관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2명을 불러 조사하기까지 20여일이 소요됐다. 이들 재단은 법률상 아무런 직위도 갖지 않은 최씨가 설립·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무르며 사유화하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창립총회 허위 회의록 논란 등에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진 설립 허가는 법률상 하자를 품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를 빌어 최씨에 대한 국정 문건 유출·누설을 사실상 시인한 이후 검찰은 27일 역대 세 번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를 꾸리고 연일 압수수색·소환조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특별검사 도입 논의에 앞서 초동수사 부실 오명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해석부터, 박 대통령 측이 선제적으로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해석까지 다양한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드러난 외관만 보면 박 대통령, 최순실씨 모두 실체규명을 위해 협조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집행을 재시도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공무원 등이 소지·보관한 물건이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일 경우 해당 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 없다. 이에 검찰은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직접 사무실에 들어가는 대신 경내 임의의 장소에서 요구 자료를 건네받는 ‘임의제출’ 형태로 간접 집행에 착수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제출해 온 자료가 부실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사무실을 직접 살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가 기밀 등을 빌미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틀 연속 검찰 강제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 관공서가 영장 집행을 거부하려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라야만 한다.

대통령기록물 유출·국외반출 내지 공무상 비밀누설을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 측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국가 사유화의 방증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 문건 유출·누설의 실제 지시자가 박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것은 더욱 큰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국정문건의 유통을 행정수반이 아닌 다른 인물이 주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간 청와대가 수사기관 압수수색의 강제집행 대상으로 오른 전례는 없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부지 매입 의혹 관련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별도 장소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간접 집행되다 청와대 거부로 “집행불능으로 종료”된 바 있다. 박근혜 청와대가 압수수색 전례를 남기지 않는 것이 국익이라고 판단했다면 이 역시 국민적 의혹 앞에 납득가능한 명분은 아니라는 평이다.

이미 청와대·정부의 업무수행이 국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굴러간 정황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이 최씨 수발을 들고, 부처 차관이 최씨 측의 인사청탁 의혹에 연루된 상황이다. 검찰은 전날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 김한수 선임행정관, 윤전추·이영선 전 행정관과 문체부 김종 2차관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각각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운영 및 대(對)재벌 수금(收金) 행각에 관여하거나, 국정 유출·누설이나 공무수행 등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를 오가며 이들의 수발을 든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및 최씨 국내·외 법인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법 소지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적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두 달 가까이 국외도피성 행각을 이어오던 최씨가 돌연 귀국한 배경도 주목 대상이다. 최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소환에 응하기 위해” 들어왔다면서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며 즉각 검찰에 출석하진 않았다.

검찰은 최씨 측근으로 지목된 고영태(40)씨의 경우 귀국 당일 본인 요청으로 곧장 소환조사에 나서 38시간 가량 조사한 바 있다. 건강상태 등에 비춰 휴식을 병행해가면서다. 반면 최씨의 경우에는 “당일 소환은 없다”며 사실상 본인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국민 일반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론 장시간 비행 끝에 입국한 사건 관계자를 강압적으로 조사석에 앉힐 경우 이어질 재판 등에서 조사내용의 신빙성 등이 탄핵될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어 검찰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수사계획 상 최씨 본인으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이끌어낼 준비가 덜 됐을 수도 있다. 검찰은 30일 오후 K스포츠재단 전·현직 이사장과 전직 사무총장을 불러 조사한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28·29일 양일간 검찰 조사에 응해오다 건강상 문제로 일시 퇴청했다. 이들은 최씨 지시를 받아 설립·운영과정에서 재단 사유화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이다.

결국 실체규명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들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리는 심경”이라는 최씨 본인이 최소한의 휴식 이후 고씨처럼 자발적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을 직접 수사의 대상으로 삼기 곤란하다는 법무·검찰 입장도 설득력을 얻는 데 애먹고 있다. 학계 다수는 헌법상 면책특권에도 불구하고 실체규명을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 출범의 당위성 논란을 불렀던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 당시 법무·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했던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현 대전고검 검사)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문건 공유 의혹의 공론화 국면을 부른 문제의 태블릿PC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댓글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담당했던 김한수 행정관이 명의상 소유자로 지목됐다. 김씨는 전날 검찰 조사를 자청해 오후 9시40분께 귀가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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